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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정보를 메뉴보다 먼저 쓰니 섭취 줄었다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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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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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하는 '건강보험 개혁법' 조항 중 하나는 체인 음식점 메뉴에 칼로리 표기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열량 표시제가 효과를 내는지는 확실치 않다. 소비자들이 열량 표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다. 칼로리 정보를 메뉴명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적는 것만으로도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대 스티븐 댈러스 교수 등 3명은 다음 세 가지를 실험했다.

첫째 실험은 체인 음식점에서 했다. 참가자 150여 명에게 무작위로 칼로리 표시가 없는 메뉴판, 칼로리를 오른쪽에 표시한 메뉴판, 칼로리를 왼쪽에 표시한 메뉴판을 나눠 주고 주문을 받았다. 그 결과 왼쪽에 칼로리를 표시했으면 참가자들이 24.4%나 칼로리를 적게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에 칼로리를 표시한 경우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둘째 실험은 300여 명을 온라인 설문 조사했다. 인터넷으로 메뉴판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메뉴 왼쪽에 열량 표시가 들어간 경우, 열량이 더 적은 식사를 골랐다. 칼로리 표시가 메뉴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셋째 실험은 훨씬 기발했다. 히브리어를 쓰는 이스라엘인 250명을 온라인으로 실험했다. 영어와 달리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문장을 읽는다. 연구팀은 글을 읽는 방향이 바뀌면 칼로리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적혀야 효과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예상대로였다. 히브리어 사용자들은 칼로리가 오른쪽에 적혀 있을 때 훨씬 열량이 적은 음식을 골랐다. 왼쪽에 칼로리가 적힌 경우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연구는 가장 처음 접한 정보가 그다음에 보이는 대상을 평가할 때 사고 방향을 결정한다는 걸 보여준다. '치즈버거'라는 음식 이름을 먼저 보고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라고 생각했다면, 뒤이어 나오는 '300㎉'라는 열량 정보를 보고도 '칼로리가 좀 많지만 그래도 치즈버거를 원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칼로리를 먼저 보게 됐다면 '칼로리가 참 많네!'라고 생각한 다음 뒤이어 나오는 음식에도 부정적 생각을 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아직 초보 단계라고 강조했다. 피험자가 적고, 실제 주문 대신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실험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연구는 공중 보건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더 큰 교훈도 있다. 민간이나 공공 부문에서 건강·안전과 관련된 시도가 효과를 내지 못할 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적절히 고려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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