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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위기에 빠진 유럽, 쇄신 로드맵을 만들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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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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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거짓과 무책임의 산물 브렉시트, 유럽 덫으로
국경 공고히 해 유럽 보호하고 민주적 자유 수호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바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유럽의 덫'이다. 브렉시트는 거짓과 무책임의 산물이다. 과연 영국 국민에게 브렉시트 이후 진짜 미래를 이야기해준 이가 있었을까? EU(유럽연합) 탈퇴로 영국이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잃게 될 것이란 점, 그리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평화가 위협받을 것이란 점을 제대로 알려줬을까? 가짜 뉴스만 넘쳐났고 이는 분노를 조장했다. 민족주의로 후퇴하는 건 영국에 득이 되지 않는다. 브렉시트는 대안 없이 EU를 무작정 거부하는 셈이다. 더불어 유럽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통일된 유럽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U는 초토화됐던 대륙에서 평화, 번영, 자유를 기치로 화합을 일궈낸 역사적 성공이었다.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이 성공이 오늘날 유럽 시민을 보호하고 있다. 개별 나라가 맞서기 어려운 강대국들 공격적 전략에 맞서 우리를 방어하고 있다. EU는 단순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 유럽의 단결을 의미한다. 민족주의자들은 EU 해체를 통해 국가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렸다. 우리를 단결시키고, 외부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보호해주는 EU 모델은 더 전진해야 한다.

유럽 거듭나면 부흥의 기회로

브렉시트를 앞두고 유럽은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유럽이 정치적·문화적으로 새롭게 거듭난다면 오히려 부흥을 맞을 수 있다. 고립과 분열에 저항하면서, '자유' '보호' '진보'라는 세 가지 야망을 갖고 유럽을 쇄신하자고 제안한다.

EU 모델은 개인의 자유와 의견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가장 우선하는 자유는 민주적 자유다.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외세 압력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유럽 민주주의 보호 기구(European Agency for the Protection of Democracies)' 설립을 제안한다. 사이버 공격과 조작으로부터 선거 과정을 보호할 수 있는 기구다. 유럽 정당에 대한 외국 정부 자금 지원도 금지해야 하며, 인터넷 상 증오와 폭력적 선동을 몰아내기 위한 유럽만의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통행 자유화' 솅겐 조약 재검토 필요

EU의 솅겐 조약(유럽 국가 간 통행을 자유화한 조약)은 현실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 유럽의 국경이 견고하지 않다면 소속감도 생기기 어렵다. 국경은 안보의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솅겐 조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약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는 책임(엄격한 국경 통제)과 연대(통일된 망명 정책)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EU 차원 국경 수비군과 유럽 망명 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 이민을 받을 때도 각 나라 가치는 물론 동시에 유럽 전체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국방도 마찬가지다. 방위와 안보 조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 동맹국과 관련한 기본 의무, 즉 국방 지출 증액, 상호 방위 조항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유럽의 국경은 불공정 경쟁으로부터도 우리를 지켜야 한다. 규칙을 무시하는 나라와 무역을 지속할 순 없다. 환경 기준, 데이터 보호, 공평한 세금 납부 등 근본적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들은 벌칙을 주거나 추방할 수 있도록 무역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진보 정신도 되찾자

유럽은 단순한 '2인자'가 아니다. 세계의 선봉에 서서 진보를 이끌어왔다. 그러므로 유럽 국가들은 경쟁보다는 서로 융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 발원지인 유럽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도입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보장하고, 매년 각국에 적절한 수준 최저 임금을 함께 협의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기후 문제에도 큰 빚을 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U는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제로', 2025년까지 '살충제 반감'을 목표로 세워야 한다. '유럽 기후 은행'을 새로 만들어 환경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식품 안전성을 높여야 하며 환경과 건강에 유해한 물질에 대해 독립적으로 과학적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유럽은 자유, 보호, 진보라는 기둥 위에서 쇄신을 이뤄야 한다. EU 기관, 회원국과 함께 '유럽을 위한 콘퍼런스(Conference for Europe)'를 연말까지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학계와 기업, 노동계 대표, 종교 지도자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다면 쇄신 구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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