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EO in the News

실직하고 빚진 43세 이혼男의 재기 스토리… "불에 타도 죽지않는 새가 봉황이 된다"

오광진 특파원
  • 0
  • 0
입력 2019.03.15 03:00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런정페이 회장 창업 스토리는 기구하다. 사기를 당해 200만위안 빚을 져 국유기업에서 해고됐고 이혼도 했다. 그러나 부모와 6명 동생, 2명 자녀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년 남성. 생존을 위해서는 사업밖에 할 수 없었다. 1987년 43세에 2만1000위안 종잣돈으로 화웨이를 창업했다. 그는 문화혁명 때 교사 부모가 주자파(走資派)로 몰린 탓에 공산당 입당이 번번이 좌절됐다. 이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공병으로 맡은 첫 프로젝트인 랴오닝성 랴오양 화섬공장 설치를 두고 "프랑스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거친 환경에서 작업해야 했다"고 술회했다. "기업의 핵심은 생존"이라는 그의 인식은 이런 환경에서 나왔다.

런정페이 회장은 2000년대 초 사업이 흔들릴 때 자다가 깨 우는 우울증까지 겪었다. 어려움을 이겨낸 해결책은 위기와 고난을 성공의 전제로 보는 위기의식과 자아비판. "불에 타도 죽지 않는 새가 봉황이 되고 수렁에서 기어나와야 성인이 된다"고 강조해왔다. 올 1월 18만 임직원들에게 보낸 새해 서신에서 "과거 100년 동안 세계 수많은 성공 회사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쓰러졌다. 외부 변화에 적응하려면 자신이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1년 일본 시찰 뒤 내놓은 타이태닉호 침몰론을 15년 만인 2016년 다시 꺼내기도 했다. "타이태닉호도 환호성 속에서 출항했다. 끊임없이 문제를 발견하고, 탐색하고, 자아비판을 해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작년 1월엔 경영관리 부실을 자아비판하고 100만위안 벌금을 받기로 했다는 서신을 보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리더가 자아비판하는 건 쉽지 않다. "결점을 감히 고치려는 자, 청춘은 연속한다" "알은 외부에서 깨면 프라이가 되지만 안에서 깨면 공작(孔雀)이 나온다"며 자아비판을 화웨이의 문화로 정착시켰다. 외국인 직원들이 종종 이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다고 한다.

마오쩌둥 문선 애독자인 그는 마오 시절 자아비판 토론회인 민주생활회를 도입하고, 농촌을 장악하고 도시를 포위하는 마오의 전술까지 경영에 활용했다는 평을 듣는다.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