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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고 집 부자는 美 검은 돌 전세계서 부동산 153조원 굴린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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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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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열 올리는 헤지펀드 거물들

블랙스톤 자산 533조원
수년간 저금리기조에 자산 30%를 부동산에 시애틀 42층 빌딩 6090억원에 사들여
한국 국민연금도 투자

칼라일·KKR도 뛰어들어
블랙스톤 대표 펀드 수익률 20% 기록하자 2·3위 사모펀드들도 집·땅·건물 투자 붐
"부동산 고공행진이제 끝났다" 회의론도


미국 시애틀에 있는 42층 빌딩 '800 Fifth Avenue'가 지난 1월 5억4000만달러(약 6090억원)에 팔렸다. 최근 3년 미 북서부 지역의 최고가 부동산 거래로 기록됐다. 구매자는 바로 세계 최대의 사모(私募)펀드 회사 블랙스톤. 블랙스톤이 사들이고 있는 부동산은 미국 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블랙스톤은 최근 상하이의 사무실 빌딩 5개 동과 쇼핑몰 1개를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매입하고, 영국의 철도역 상업용 부동산을 19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세계 부동산 시장을 샅샅이 훑고 있는 셈이다.

'투자 거물' 블랙스톤이 부동산 투자에 더욱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이 고수익을 주는 투자처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이 작년 모집한 부동산 펀드에는 전 세계에서 20조원의 거대 투자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경쟁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KKR 등도 부동산 투자를 늘리며 '블랙스톤 모델'을 뒤쫓고 있다.

세계 최대 '집주인' 된 블랙스톤

미 뉴욕에 본사를 둔 블랙스톤은 총운용 자산이 53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다. 블랙스톤을 이끄는 스티븐 슈워츠먼(72) 창업자 겸 CEO는 지금껏 거의 손실을 내지 않고 승승장구하며 '월스트리트의 제왕' '금융계의 차르(czar·황제)' 등으로 불리고 있다. 투자자들을 모아 저평가된 기업 지분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경영 참여형 투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최근 부동산 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작년 3분기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부동산 자산은 1199억달러로 2017년 동기(995억달러)에 비해 1년 만에 200억달러나 늘었다. 현재는 1360억달러(약 153조4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진 상태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110층짜리 시카고 윌스타워, 힐튼·코스모폴리탄호텔 등이 블랙스톤이 소유한 대표적인 건물이다.

1360억달러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 규모는 부동산 사모펀드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클 뿐만 아니라 S&P500지수에 포함된 가장 큰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전문 뮤추얼 펀드)보다도 투자 규모가 큰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블랙스톤이 세계 최대의 '집주인'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블랙스톤은 부동산 투자를 위해 전 세계 여러 나라에 11개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500명이 넘는 부동산 전문가가 저평가된 부동산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사무실 빌딩은 물론 소매·상업·산업용 빌딩과 주거용 주택까지 다양한 부동산이 블랙스톤의 매입 대상이다.

수익률은 어떨까. 블랙스톤의 대표 부동산 펀드인 '오퍼튜니스틱 펀드'의 연 환산 수익률은 20% 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블랙스톤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작년 블랙스톤 '글로벌 오퍼튜니스틱 9호' 펀드 투자 모집에는 전 세계 20조원의 투자금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블랙스톤 부동산 펀드 투자금 규모로 사상 최대였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 여럿도 대거 투자에 참여했다.

부동산 투자 인기, 당분간 이어질 듯

블랙스톤의 이러한 성공은 '블랙스톤 모델'로 일컬어지며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부동산 투자 불을 지피고 있다. 블랙스톤의 시가총액은 410억달러로 경쟁사인 KKR의 두 배에 달한다. 또한 시총이 연 수익 대비 13.3배를 기록해 경쟁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그룹(9배)·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10배)와 비교해 기업 가치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1등 블랙스톤이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자 한국계 이규성과 글렌 영 킨이 공동 CEO로 있는 칼라일그룹도 작년부터 부동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칼라일그룹은 블랙스톤·KKR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 회사로 꼽힌다. 작년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모집해 부동산 부문 자산을 50% 확대했다.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공동 CEO를 맡고 있는 KKR도 작년 10월 사무실·상점·5성급 호텔 등 서울 부동산에 19억달러(약 2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펀드 정보 제공 업체인 프레친에 따르면 전 세계 사모펀드 회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9000억달러(약 1017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블랙스톤 모델이 앞으로도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길 것인가에 대해선 여러 이견이 나온다. 부동산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부동산 가치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어야 하며 임대 수익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블랙스톤의 경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값이 저점을 찍었던 부동산들을 매입해 큰 이익을 얻어 왔지만, 향후에도 부동산 시장의 고공 행진이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금융 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 덕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양적 완화가 축소 수순을 밟고 있는 것도 나쁜 소식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대체 투자처로서 부동산의 인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 양적 완화 축소와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만 한 대안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증시 변동성 상승과 주가 하락 압박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모펀드·부동산·선박 투자 등에 대체 투자를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부동산그룹 글로벌 헤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감안해 볼 때 과거보다는 다소 완만한 수준이 되겠지만, 그래도 부동산 시장은 분명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nowledge Keyword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란 소수 투자자한테 모집한 자금을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공모 펀드와 달리 투자자 모집과 운용이 비공개다.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 경영권을 얻은 뒤 기업 가치를 올려 매각해 수익을 내는 경영 참여형 펀드와, 각종 금융 상품과 부동산, 원자재, 상품 선물 등 유동성 높은 자산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노리는 헤지펀드(hedge fund)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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