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전세·월세·매매가는 대책도 달라야 한다

이상훈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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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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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eal Estate]


이상훈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이상훈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가격 변수로는 매매, 전세, 월세 3가지가 있다. 얼핏 다 비슷하게 반응할 듯 보이지만 데이터는 이들이 종종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014~2018년 서울 지역 매매가·전세가는 각각 19%와 15% 상승한 반면, 월세는 2.4% 하락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월세와 매매가 관계부터 보자. 월세는 주택을 일정 기간 사용하는 '소비재' 가격이고, 매매가는 월세를 매달 배당금으로 제공하는 '자산' 가격이다. 아파트를 월세 100만원에 빌리기로 했다면, 100만원은 그 아파트를 한 달간 소비하는 대가다. 이 아파트를 2억원에 샀다면, 2억원은 수입 100만원을 배당금으로 매달 주는 자산 가격인 셈이다.

기대 심리, 매매가엔 영향 크지만 월세는 무덤덤

월세, 즉 배당금이 오르면 자산 가치, 매매가는 오른다. 그런데 어떻게 두 가격이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주택 가격 변화가 신규 주택 공급에 영향을 주는 구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1년 후 주택 가격이 2배가 될 거란 기대 심리가 퍼진다면 이런 기대 심리는 현재 주택 가격을 바로 상승시킨다. 지금 2억원짜리 아파트가 1년 뒤 4억원이 된다는 전망이 나오면 누구도 2억원에 팔지 않는다. 따라서 매매가는 곧바로 오른다. 반면, 이런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 월세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월세는 현 시점에 쓸 주거 공간을 찾고 있는 구매자(수요)와 월세를 놓으려는 주택(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미래에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다는 기대가 생기더라도, 현재 월세에 대한 수요·공급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매매가 상승으로 건설업자 수익이 늘어나 주택을 더 짓는다면, 이런 새 아파트들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에 월세가 떨어질 순 있다. 그래서 매매가는 오르지만, 월세는 떨어진다.

전세가는 임대료란 점에서 월세와 비슷하다. 월세와 마찬가지로 미래 주택 가격에 대한 기대에 관계없이 현 시기 주택을 사용하는 가격이다. 동시에 전세가는 이자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매가와 비슷하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이자 비용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전세가와 매매가 둘 다 오르는 경향이 있다. 같은 5억원 전세라도 이자율이 3%일 때 전세금 조달 부담은 6%일 때보다 덜하다. 낮은 이자율은 전세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결국 전세가를 올린다.

이 가격들이 종종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 중 어느 한 가지만 잡겠다고 정책을 수립하는 건 무모하다. 정부가 강력한 투기 억제 정책으로 매매가가 떨어지면, 이는 신규 주택 건설 시장을 위축시켜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가 오른다. 투기 억제 정책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주택 공급 상황을 주시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보유세 인상이 집값을 낮춰 주택 공급을 줄인다면 장기적으로 전·월세가 올라갈 수 있다. 매매가 안정 정책을 실행할 때 주택 공급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조정하려면 정책 수단 역시 다양하게 써야 한다. 간혹 투기 수요 억제와 주택 공급 확대가 마치 다른 의견인 것처럼 등장하는데 효과적인 정책이 되려면 두 수단을 동시에 써야 한다. 주택 공급 정책은 전·월세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고, 투기 수요 억제 정책은 매매가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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