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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이 몰고 온 금융시장 충격

하워드 데이비스 스코틀랜드왕립은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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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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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하워드 데이비스 스코틀랜드왕립은행 회장
하워드 데이비스 스코틀랜드왕립은행 회장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난 2월 핀테크와 금융 서비스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시장 지배력이 있는 소위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금융 분야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 빅테크 진출이 잠재적으로 금융 서비스 안정성에 이익과 위험을 모두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부 는 은행보다 자본 규모가 큰 기술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등장하는 게 바람직한가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런 논의는 다소 늦었다. 유럽에선 이미 작년 1월 '제2차 지급 결제 산업 지침(PSD2)'을 시행하면서 은행 서비스가 기술 기업 등에 개방되기 시작했다. 이 지침은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이 비은행 기업들에 고객 정보와 결제 데이터 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비은행 기업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부가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소위 '오픈 뱅킹'이란 개념이다. 위험성 평가는 지침 시행 전에 충분히 이뤄져야 했다.

FSB는 오픈 뱅킹에 대해 어떤 평가를 했을까. FSB는 "새로운 주자들의 금융시장 등장은 장기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효율화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IT를 활용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기존 은행 서비스에 비해 저렴하다. 경쟁자가 늘면 소비자들 선택권이 확대되고 혁신을 촉진해 더 탄력적인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미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FSB는 다른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빅테크 기업 금융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 기존 금융회사들이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더 효율화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은행이 줄면 잠재적으로 금융 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핀테크가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빅테크가 좋은 결과를 낳을지 판단은 유보한 셈이다.

FSB는 빅테크와 경쟁하는 은행들이 궁지에 몰려 대출 기준을 완화하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럴 가능성은 사실 낮다. 다만 빅테크가 은행 수익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현실적이다. 오늘날 유럽 은행들은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핀테크 업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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