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냉장고·자동차 자체가 신용카드 기능 품는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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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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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화폐의 진화… 이끄는 기업들

사물인터넷 시대 금융회사의 변신

가전제품과 대화하며 물건 주문하고 결제까지
주유소·주차장에서는 차에 말하면 자동 결제

손바닥 등 생체 인식 활용 플라스틱 카드 필요 없어져
인증서·OTP보다 편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 거부감도


"우유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팩 주문할까요?"

냉장고가 우유 재고 상태를 알리면 이용자는 "A카드로 B브랜드 우유 하나 주문해줘"라고 답한다. 지갑에서 굳이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더라도 냉장고에 저장된 결제 기술이 사용자의 목소리를 확인한 뒤 곧바로 계산한다. 이후 음성 인식 AI(인공지능) 기기는 "이번 달 신용카드 결제액은 50만원입니다. 어떻게 지불할까요?" 하고 묻는다. 사용자는 "C은행 계좌에서 인출해줘"라고 답한다.

지문 인식 센서가 내장된 마스터카드(위). 정맥 인증 기기가 설치된 신한은행 스마트 현금인출기(ATM)에서 고객이 손바닥을 펴고 본인 인증을 하는 모습(아래).
/마스터카드, 신한은행 지문 인식 센서가 내장된 마스터카드(위). 정맥 인증 기기가 설치된 신한은행 스마트 현금인출기(ATM)에서 고객이 손바닥을 펴고 본인 인증을 하는 모습(아래). /마스터카드, 신한은행
사물인터넷(IoT)과 결제·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가정의 모습이다. 마트에 들러 직접 장을 보던 생활이 온라인·모바일 쇼핑으로 넘어온 뒤 앞으로 한 번 더 달라질 미래 소비의 중심에는 IoT가 있다. 굳이 차를 몰고 대형 마트를 방문하거나, 모바일 앱을 켜는 수고조차 할 필요가 없다. 일상 중 가전제품과 자연스레 몇 마디 하면 소비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현금, 마그네틱 체크·신용카드의 필요성은 떨어지고, 가전제품에 결합된 결제 기능에 대한 수요는 커질 전망이다.

시계·셔츠에 결제 기능 부착

기업들은 Io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GS리테일과 가정 IoT 기반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이고 오프라인 매장을 혁신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용자가 가정에서 LG전자 스마트 가전을 통해 음성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GS리테일이 해당 상품을 배송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IoT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IoT 매출 규모는 257억달러로 프랑스(256억달러)와 영국(255억달러) 등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미국(1940억달러)과 중국(1820억달러), 일본(654억달러), 독일(355억달러)이 1위부터 4위를 차지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IoT 분야의 세계 매출은 6460억달러에서 올해 7450달러로 늘어난 뒤 2022년에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가전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가구에 결제 기능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비자카드의 알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마그네틱 카드는 결국 여러 숫자가 적힌 작은 도구일 뿐"이라며 "그 숫자들은 시계, 셔츠, 냉장고 등 우리 주변 어디에든 새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래의 소비 패턴 중 하나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를 꼽을 수 있다. 무선 랜이 장착되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로, 자동차 자체가 신용카드 기능을 한다. 목적지로 출발하기 전 경로상에 있는 매장에 제품을 미리 주문하면,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차 위치를 확인하며 도착에 맞춰 상품을 내주고 이후 결제도 차로 한다. 주유소 혹은 유료 주차장에 들어갈 경우 결제를 위해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음성으로 결제하면 된다.

소프트웨어 업체 SAP의 IoT 부문 사장 탄야 뤼커트는 "마스터카드는 사용자가 이동 중 차량 안에서도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주차 및 주유 비용을 더 안전하고 매끄럽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플라스틱 카드 없이 결제가 가능해지려면 일단 안면·홍채·지문·정맥·음성 등 생체 인증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야 한다. IoT 기술을 탑재한 냉장고가 식자재를 주문할 때도 사용자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해야 도용 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체·정맥 등 생체 인증 기술 활용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생체 인증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카드는 정맥 정보를 활용한 '핸드페이'를 내놨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 등록하고 전용 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카드 결제가 완료된다.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 선명도, 모양, 기울기 등의 패턴을 이용해 고객을 판별하는 것이다.

BC카드는 목소리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드사 앱 '페이북(paybooc)'에 비씨카드를 등록한 뒤, 앱에서 보이스 인증을 마치면 다음부턴 목소리만으로 결제 가능하다. 음성 인식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음성의 진동과 특징을 분석한 후 저장된 사용자의 정보와 가장 근접한 것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생체 인식이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에 비해 훨씬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꺼린다는 점이다. 일단 몸 자체가 인증 수단이기 때문에 심리적 장벽이 크다. 생체 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내 몸을 스캔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울러 해킹 또는 개인 정보 유출 사고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생체 정보는 등록 즉시 해독 불가능한 데이터로 변환돼 암호화되며, 더구나 데이터를 금융결제원의 바이오 정보 분산관리센터와 해당 금융사가 나눠서 보관하기 때문에 기존 카드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 "특히 정맥 결제는 지문이나 홍채 등 신체 외부의 표면 데이터와 달리 몸속 혈관을 인식해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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