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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 속 한국 주식이 더 매력적인 이유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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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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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최대 관세 25% 때려도 세계 GDP의 0.29%… 성장률보다 훨씬 적어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미·중 무역 '입씨름'이 한국경제와 세계 주식 시장을 침몰시킬까. 일단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1차 휴전 시한은 오는 3월 1일까지. 아직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2018년은 험난한 한 해였지만 이런 경제 여건은 오히려 한국은 물론 세계 증시에 투자할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관세 전쟁으로 한국 경제 비관론

금융시장에는 심리적 공포를 포함, 알려진 모든 정보가 총제적으로 반영된다. 지난 수개월 동안 미·중이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중국 증시가 하락하고, 무역 비중이 큰 한국·일본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할 때 이런 공방이 이어지면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nonsense)다. 사실 12월 증시 하락세는 대부분 미국 헤지펀드들이 연말마다 특정 시점에 자동으로 매매가 이뤄지도록 해놓은 프로그램 매도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것일 뿐이다. 수백건에 이른다. 그래서 이런 하락장은 V자 그래프로 따지면 왼쪽에 해당한다. 이제 헤지펀드가 초래한 조정이 끝나면서 V자 오른쪽으로 넘어갈 일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미·중 관세 공방이 이런 V자 동선 흐름을 방해할 수 있을까.

관세 인상이 경기 발목 잡지 못해

그렇다면 관세가 세계 경제를 침몰시킬만큼 대단한 요인인가. 그렇지 않다. 관세는 그냥 세금일 뿐이다. 증세가 불경기를 초래한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전체 관세를 세계 경제 규모와 비교해 보자. IMF는 2017년 세계 GDP를 9경4665조원으로 추정했다. 2018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 2018년 세계 경기가 후퇴하기 위해서는 미·중이 부과한 관세가 세계 GDP의 3.7%(약 3503조원) 이상을 증발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계산해 보자. 작년 미·중 관세 분쟁 대상 품목 연간 무역거래액은 1092조원이다. 이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5~25%로 다양하다. 최고 세율인 25%를 적용했을 때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할 최대 관세 규모는 273조원. 세계 GDP의 0.29%에 해당한다. 또 예상되는 연간 GDP 성장분의 7.8 %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관세가 미국이나 중국, 혹은 한국 주식시장에 불황을 불러 올 것이라고 속단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관세발(發) 주식시장 침체 주장은 수출입 기업들이 25% 관세를 온전히 다 낸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이 비율은 훨씬 더 낮다. 현실적으로 관세는 종종 대체재나 품목기호 재분류, 3자 선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피된다. 북한이 수십 년간 무역 제재를 피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UN 무역제재 속에서도 영국 고급차 롤스로이스를 수입하지 않았던가. 그 수입사는 관세를 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WTO 감시를 피하는 일은 적지 않다. 그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암시장은 도처에 존재하는 법이다.

북핵 위험 완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

미·중 무역전쟁에서 파생하는 관세의 악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한국이 미·중 갈등 사이에서 누리는 관세 이외 혜택은 쏠쏠하다. 미국 관세 공격은 중국으로부터 금융시장 개방과 지식 재산권 보호 같은 더 근본적인 양보를 얻어내는 협상의 도구다. 이런 요구를 중국이 받아들인다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 새로운 기회를 챙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 신경을 긁은 건 결과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북한 비핵화가 진전이 되면 한국경제엔 긍정적인 신호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한 핵은'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경제 저평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한국 주식은 다른 신흥국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값에 거래되곤 했다.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한국 대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같은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대표적 악성 인자가 완화되면 한국 주식시장이 갖는 매력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 주식은 다른 나라보다 매력적

한국은 철강 관세 면제를 받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관세 폭풍에서 비켜나 있다. 관세가 비현실적으로 50% 폭등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무역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그 파장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한 투자자라면 관세 전쟁에 대한 공포가 높을 때 한국 주식을 사야 한다. 조만간 세계 주식시장은 V자 오른쪽으로 건너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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