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겉으론 호황… 빈집 늘어나는 일본 부동산

하미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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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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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韓·美·中·日·유럽 부동산 어디로 가나


일본 수도권 맨션(아파트) 건설 붐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블(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집값이 싸지자 도심으로 인구가 유턴한 것이 계기다. 그후 건축기준법 개정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역세권 등 인구밀집지역에서도 고층 맨션 건설이 가능해졌다. 침체됐던 일본 부동산 시장은 최근 다시 버블기에 들어섰으며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부동산 폭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스위스 UBS가 매년 발표하는 각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버블지수에 따르면 도쿄는 파리·프랑크푸르트·취리히 등과 함께 '과열(overvalued)' 그룹에 속해 있다. 5년 전 도쿄는 '저평가(undervalued)'된 도시였다.

국토교통성 주택부동산가격지수에 따르면 일본 주택과 부동산 가격은 2018년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한 110.4(2010년 전국 평균 100 기준)를 기록하며 4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3대 대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는 0.7% 증가해 5년 연속 상승했고, 4대 중핵 도시(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시)도 평균 3.9% 증가해 6년 연속 오름세를 탔다. 높은 지가와 건축 비용도 원인이지만 고가 부동산이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일본부동산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 수준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0~250인 런던이 1위였고, 120~130인 뉴욕과 베이징, 그리고 도쿄(100)가 뒤를 이었다. 도쿄의 고급 아파트를 100이라 했을 때 다른 주요 도시 동일한 수준 아파트가 어느 정도 가격으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며 도쿄 순위는 5년 전보다 상승했지만 다른 국제도시와 비교했을 때 아직 가격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六本木) 힐즈'. / 블룸버그 이미지 크게보기
일본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六本木) 힐즈'. / 블룸버그
그러나 일본 주택 시장은 매년 100만 가구 가까운 주택이 공급되며 겉으로는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빈집'이 늘어나면서 이상이 감지되고 있다. 완공 후에도 분양을 마치지 못하는 맨션이 최근 늘어났다. 일본 신축 맨션은 대개 완공하기 전에 판매를 완료하는 '입도선매' 방식이 일반적인데, 일본 젊은 층이 선호하는 도쿄 하루미(晴海) 지구에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수년 전 완공됐음에도 전체 가구 중 20%에 달하는 2000여 가구가 아직 미분양 상태다. 부동산 컨설턴트 마키노 도모히로는 "수도권 맨션 공급 가구수가 2017년 3만6000가구로 1980년대 버블 시기의 절반 이하 수준인데도 공급과잉 상태"라고 말했다.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주택 가구수 전체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3년 30%가 넘는 2000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일본 주택 3채 중 한 채는 빈집이 된다는 계산이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주택 수요와 직결되는 일본의 전체 가구 수가 2024년부터 감소하고, 2025년에는 도쿄권(사이타마·지바·도쿄·가나가와)에서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노자와 지에 도요대학 교수는 "도쿄 인구도 2030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일본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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