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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랜드마크 빌딩도 중동 큰손들 "팔자"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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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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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韓·美·中·日·유럽 부동산 어디로 가나


뉴욕 맨해튼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빌딩.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8억달러(약 9044억원)에 빌딩 지분 90%를 사들인 건물이다. 아부다비투자공사는 최근 이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 뉴욕 부동산업계에선 매입가보다 비싸게 팔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동 '오일머니'뿐 아니라 중국'차이나 머니'들도 미국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중국 금융회사 안방(安邦)그룹은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에식스 하우스 호텔을 비롯해 미국 내 보유 호텔 15채를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도 최근 맨해튼 3번가 대형 빌딩을 매입가보다 4100만달러 싼 4억2200만달러(약 4772억원)에 팔았다.

상업용 건물만이 아니다. 맨해튼 주택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맨해튼 부촌(富村) 트라이베카 방 3개짜리 아파트는 최근 호가가 465만달러에서 409만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435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정보 사이트 스트리트이지(StreetEasy)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만 1400가구 새 집이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나오며 전체 주택 매물이 1년 전보다 18% 늘었다. 매물이 넘치자 맨해튼 아파트,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등 모든 주택 평균 가격(110만달러)은 1년 전에 비해 3.3% 떨어졌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뉴욕 일대 재건축·재개발 열기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자 10년간 집값 상승세가 멈추고,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빌딩 숲 전경. 2017년 5월 이스트 22번가 매디슨 스퀘어 파크 타워 위에서 본 풍경이다. / 블룸버그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뉴욕 맨해튼 빌딩 숲 전경. 2017년 5월 이스트 22번가 매디슨 스퀘어 파크 타워 위에서 본 풍경이다. / 블룸버그
전망도 어둡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공인중개사협회가 공개하는 주택구매력지수는 지난해 말 1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 탓도 있지만, 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탓이 크다. 미국 내 근로자 임금 상승 속도보다 자산 가격 상승이 더 빨랐다. 미시간대가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에서 '주택 구매 태도' 부문은 2008년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는 미국 젊은이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엔 우울한 소식이다. 부동산정보회사 트룰리아(Trulia)가 밀레니얼 세대(18~34세) 2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집을 언젠가 보유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올해 71%로 3년 전(80%)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는 이유로는 비싼 집값, 금리 상승, 낮은 신용 점수, 불안정한 직장, 학자금 대출 등이 꼽혔다.

주택 가격은 하락 조짐을 보이는 반면 주택 건축 비용은 역대 최고치로 오른 것도 악재다. 먼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철강 수입 관세가 올라 자재 비용이 늘었다. 또 최근까지 미국 건설 경기가 좋아 건설업 부문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건축 노동자 임금이 인상됐다. 그래서 건설업계에 '비용 상승' 빨간불이 켜졌다. 랙슈먼 오쿠탄 경제사이클연구소(ECRI) 대표는 "미국 경제가 아직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이미 꺾이고 있다"며 "주택 가격은 경기 순환에 강하게 연동되어 움직이면서 다른 실물경제 부문에 큰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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