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중소·중견기업, 국제 경쟁력이 관건이다

최선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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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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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Policy]


최선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최선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몇 해 전에 경제단체 일로 만난 지방 소재 자동차 부품 기업의 회장이 인상적인 말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같이 지방에서 공업사 수준의 일을 하던 사람이 어떻게 짧은 기간 동안 매출액 1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겠습니까? 모두 완성차 업체의 글로벌 진출 덕분입니다. 내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 회장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업고 다니고 싶습니다." 이런 기업인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우리 자동차 부품 산업은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산업이다.

2018년 말 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의 대기업 매출 의존도는 자동차산업의 경우는 약 88.3%, 전자산업의 경우는 약 75.3%이다. 중소기업이 소비재 제품을 만들어도 이마트나 롯데백화점 등의 판매망을 이용하여 판매되거나 또는 대기업의 수출 회사를 통하여 해외로 수출된다. 국내 시장은 해외 다국적 기업들에도 개방되어 있고, 수출 시장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치열한 경제 전쟁터이다. 대기업은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의 도움 없이도 풍부한 자금력과 신용을 바탕으로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 도움 없이는 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소·중견기업, 통합·대형화 필요

예컨대 자동차 산업을 보자. 지금 자동차 부품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치사슬을 따라 문제의 진앙을 찾아가 보면 위기의 원인은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의 실적 부진이다. 이 실적 부진은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국내에서 만들어지지만 이 기업들이 만든 제품은 국제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결국 제조업의 일자리는 국제 경쟁력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더구나 우리와 같이 대외 의존도가 84%에 육박하는 나라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보전될 수 없다. 국제 경쟁력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스스로 갖출 수도 있지만, 이 기업들의 대기업 의존도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가 먼저다.

그렇다면 중소·중견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없을까.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가 갑을(甲乙) 관계로 전락하지 않고 건전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려면 중견·중소기업이 통합해 적정한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형화를 위해서는 '약한 기업이 착한 기업'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직면하는 경쟁은 따지고 보면 국내 경쟁이 아닌 글로벌 경쟁이기 때문이다. 중소·중견기업 가운데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우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자리 늘리려면 외국 기업도 유치해야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개방과 외국 기업 유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국내의 기업 경영 환경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중국 선전이 모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2000년쯤 중국과의 합작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선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선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모두 선전 사람이다'라는 표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외국 기업 내국 기업 가리지 말고, 내지인 외지인 가리지 말고, 혁신을 이루어내자는 취지이다. 선전은 적극적으로 개방해 외국 기업을 유치해 고용과 근로자의 소득을 늘렸다. 그 덕에 개방 당시 인구 30만명에 불과하던 선전은 40년이 지난 지금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버금가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로 변모했다.

새해가 시작되자, 중국이 달 뒷면에 위성을 안착시켰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도 기업 생태계를 복원시켜 외국으로 나갔던 한국 기업이 유턴하고, 한국의 기업 환경이 좋다는 소식에 외국 기업도 몰려드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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