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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창업자 딸 체포 사건의 역풍

모하메드 엘-에리안 전 핌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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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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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모하메드 엘-에리안 전 핌코 CEO
모하메드 엘-에리안 전 핌코 CEO
캐나다 법원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화웨이 사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나라들에 걱정거리를 안겨다주고 있다. 미·중 패권 갈등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할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 딸이기도 한 화웨이 멍완저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화웨이가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억류됐고 미국으로 인도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중국은 멍을 즉각 석방하라면서 주중 캐나다 대사를 불러 압박했다. 반면 미국 상원의원들은 캐나다에 화웨이와 멀리하라고 요청하고 있고, "화웨이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대놓고 공격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건은 캐나다뿐 아니라 미·중과 관계를 맺고 있는 전 세계 국가들에 난감한 상황을 가져다줄 공산이 크다. 마치 냉전 시절 미·소 사이에서 갈등했던 것과 흡사하다. 당시 미·소 틈바구니를 탈출해 비동맹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들은 그다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국제기구나 G20,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같은 다자 간 협력체들의 힘이 약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전 세계는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

경제와 금융이 글로벌화하면서 미·중 주도권 다툼은 단지 무역이나 투자뿐 아니라 국가안보상으로 중요한 기술과도 관련이 있다. 미·중은 기술혁신, 특히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비슷하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와 거대 IT 기업 관계에 대해선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고도로 분화된 기술세계에서 맞서는 두 나라에 대해 경고한 것도 놀랄 바는 아니다.

1980년대 고르바초프·레이건이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동안 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는 데탕트와 냉전 차이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그건 두 마리 큰 코끼리 발 아래 있는 풀과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코끼리들이 춤을 추는지 싸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경우든 아프리카 나라들은 밟힐 위험이 있을 뿐이다. 아태 지역 국가들은 중국은 물론 미국과 친구가 될 수 있는 황금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경제적·재정적·문화적 혜택을 받았다. 그들은 지금 두 나라 중 어느 한쪽에만 우정을 나누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어 두려워하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건 행복하지도 편하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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