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회장의 체포 사태는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는 일본 기업 부문에서 내부 고발자 역할이 눈에 띄게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2011년 발발한 올림푸스의 부정회계 스캔들처럼 곤 전 회장 부정행위도 내부자 정보 덕에 드러났다. 둘째는 그럼에도 일본 대기업 회계 감시나 경영시스템에 대한 안전장치가 여전히 약하다는 것이다. 곤 전 회장이 실수입을 닛산 회계사로부터 숨긴 게 사실이라면, 사내 회계부서에 협력자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이런 비리는 회계사나 독립 감사인이 적발했어야 했다. 이런 고위직 부정행위가 급작스럽게 폭로되는 사태는 그 자체로 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흐려지게 만든다.
리더는 '본인 성공을 관리하는 능력'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늦지 않게 떠나는 것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곤 전 회장은 떠나야 할 때를 놓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장하게 됐다. 그의 상승과 추락을 보면,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상된다. 13년째 자리를 지킨 메르켈 총리는 1982~1998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에 이은 장수 총리다. 그동안 그는 유로화 안정에 기여한 영웅적인 이미지로 비쳤다. 하지만 조만간 퇴임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온갖 폭로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메르켈 총리도 '제때에 물러나기'를 못한 처지다. 오는 12월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당(CDU)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도, 2021년까지 총리직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후임 당대표가 선출되면 그 순간부터 메르켈 총리에게 퇴임을 요구하는 북소리가 울릴 것이다. 메르켈 총리 리더십 위기는 예견된 일이다. 지난 2015년 내린 '독일 국경 개방'이란 결정이 유럽 난민 위기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이 메르켈 총리의 정계 은퇴를 긍정적인 모습으로 기록하게 만들 마지막 기회는 연내 은퇴 여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