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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브랜드 뺨치는 성능에 가격은 반값… '제네릭 가전'에 열광하는 일본

하미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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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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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쓰는 기능만 넣고 고성능, 디자인도 좋아
2000엔 선풍기, 5만4800엔 50인치 TV


요도바시카메라와 빅카메라, 야마다전기 등 콧대 높던 일본 초대형 가전 유통매장은 몇 년 새 앞다퉈 '제네릭 가전'을 주요 판매 코너에 진열하고 있다. 제네릭 가전은 '제네릭 의약품'을 가전제품에 응용한 용어. 유명 브랜드 가전과 견주어 동일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알뜰상품을 가리킨다. 제네릭 가전은 일본 멀티미디어 제작자 겸 작가 지카카네 다쿠시(近兼拓史)가 '싸고 대단하다, 제네릭 가전의 세계'라는 글을 한 잡지에 기고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2013년부터는 제네릭가전추진위원회가 발족, 매년 '제네릭 가전 대상'을 선정한다. 여기서 선정된 제품은 매장에서 품절될 정도로 제네릭 가전은 시장에서 화제다. 현재 일본 가전시장 전체가 7조엔 규모인데 이 중 제네릭 가전이 2조엔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 가전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사이 저가 시장을 제네릭 가전이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표적인 제네릭 가전 기업으로는 야마젠과 트윈버드, 맥스젠, CCP, 오리온전기, 후나이 등이 꼽힌다. 일본 제네릭 가전 선두 주자 야마젠은 현재 일본 내 선풍기 시장점유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위세가 높다. 가장 저렴한 선풍기가 2000엔 이하라 고객 1명이 3대 이상을 구입하는 등 새로운 판매 풍토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 야마젠 선풍기는 풍량은 3단계, 리모컨은 없는 단출한 제품이다. 야마젠 가전담당 아소 다이치 전무는 제네릭 가전을 ①실제 사용하는 기능만 탑재 ②누구에게나 인기있는 디자인·고성능 ③값은 절반이라는 세 가지 특징으로 정의한다. "단순한 기능에 집중한다면 제조공정은 40%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야마젠의 나가오 유지(長尾雄次) 사장은 "고객이 뭘 요구하는지 살피고 그 기대에 철저히 부응한다"고 강조했다.

후나이는 미쓰비시 TV를 위탁 생산하면서 자체 TV를 제조,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네릭 가전업체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6월 일본 유명 할인용품 전문점 돈키호테가 후나이를 통해 자사 브랜드 고화질 50인치 TV '열정가격플러스'를 발매, 1주일 만에 3000대가 완판되기도 했다. 특히 도시바TV 레그자와 동일한 기술 수준이면서도 50인치형이 5만4800엔에 불과, 비슷한 사양을 지닌 소니나 샤프 제품(10만~13만엔)과 비교해 압도적인 '가성비'를 인정받았다. 헤어드라이어 시장에서도 고이즈미 이온드라이어가 3795엔이란 파격적 가격으로 기존 강자 파나소닉 제품(1만4996엔)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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