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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악몽이 될 '트럼프 2.0' 세 가지 이유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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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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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공화당 통제 벗어난 하원, 공세 시작하면
트럼프, 관심 돌리려 무역전쟁 더 벌일 듯
'北 문제 안 서두른다' 文정부에 등 돌릴 수도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중간선거를 치른 뒤 트위터에 공화당이 "엄청난 성공(tremendous success)"을 거뒀다고 올렸다. '진실'에 관심도 없고 눈에 보이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싫은 모양이다. 사실 이번 선거로 인해 트럼프 2기 정부는 엄청난 차질을 겪게 됐다. 공화당 통제를 벗어난 하원은 향후 그의 임기 2년을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대통령 스캔들에 대한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의 지옥은 한국에 악몽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하는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특검 칼날 피하려 무역 공세 강화할 듯

첫째, '러시아 스캔들'(지난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칼날이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일가와 러시아 사이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 부패 혐의가 발견될 수도 있고 탄핵 심판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게 한국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곤경에 처한 트럼프가 자국민들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세계 무역 전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트럼프 2기 정부는 더 많은 관세를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수입품에 대해 25%에 달하는 위협적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며 이기는 것은 쉽다"고 트위터에 언급했다. 틀린 얘기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패닉에 빠진 신흥국 통화 가치가 어떻게 폭락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 소비자들이 옷이며 장난감이며 전자 제품까지 높아진 물건 가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가. 이런 트럼프의 경제에 대한 무지는 앞날을 어둡게 한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회장은 "트럼프가 궁지에 몰릴수록 세계 무역에 대한 위협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입법이 어려워지면서 생기는 반작용이다. 지난 22개월 동안 트럼프는 각종 정책을 시행하는 데 제약이 없었다. 1조5000억달러의 엄청난 세금 감면안을 통과시킨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하원이 추가 세금 감면책이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간접자본 프로그램' 같은 사업을 막을 수 있다. 기후변화 같은 더 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트럼프를 압박할 수 있다.

이러면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입법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설 것이다. 트럼프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1962년에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이밀었다. 앞으로 한국과 그 밖 나라들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더 창의적인 방법들이 나올 것이다. 최근 마무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반하는 조치도 나올 수 있다.

또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다. 트럼프는 환율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줄곧 불평해왔다. 최근 환율 '조작' 금지 조치가 중국, 일본,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과 무역 관계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금리 인상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궁지에 몰린 미국 지도자의 진정한 광기는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文을 파트너 아닌 적으로 볼 수도

셋째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가 북한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긴장 완화'를 위해 경제 혁신 문제를 미뤄두는 위험을 무릅썼다. 그러나 한국 경제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평양과 평화 무드도 순탄치 않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문 대통령 노력은 중요하고 가치 있다.

그러나 그는 경쟁력을 잃은 한국 경제를 고쳐야 한다는 임무를 안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청년 실업률 9%라는 높은 수치를 낮추지 못했다. 재벌 경제 장악력을 억제하고 스타트업들에 우호적인 세제를 만드는 데도 소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혼란을 겪으면서 문 대통령을 파트너보다 적으로 대할 수 있다. 트럼프가 그나마 가깝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7일 트럼프는 돌연 일본과 무역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에 또 한 번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청구서를 보내지 말란 법이 있는가. 한국 정부는 트럼프 2.0 시대에 닥쳐올 공격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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