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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호황은 트럼프 대통령 덕택인가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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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1.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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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Economy]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교수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경제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수차례 단언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3%를 넘어섰고, 실업률은 3.7%로 크게 나아졌다. 다른 거시경제 지표 역시 수십 년 내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적절한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더 큰 경기 침체가 오는 것을 막았다"며 지금 같은 호황을 만든 건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과장된 화법이나, 오바마의 좋았던 기억만 골라서 말하는 모양새가 놀랍지만은 않다. 스포츠 팀에 대한 관심이 스타 선수에게만 쏠리듯, 대통령은 자기 임기에 벌어진 일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공적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사실 대통령이 서명한 정책 대부분은 의회가 제정한 것이다. 통화 정책은 대통령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몫이라고 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준 수장은 트럼프가 아니라 제롬 파월이다.

공치사 심한 트럼프 대통령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전임 행정부가 만들어 놓은 경제 문제를 어떻게든 책임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이 남겨놓은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이어받았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행정부가 10년 이상 손쓰지 않아 촉발된 중남미 재정 위기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았다. 레이건과 부시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경기 침체가 뒤따르고, 심지어 정치적 비용이 든다는 걸 알면서도 성공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려 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이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차지했지만, 민주당 출신인 클린턴은 균형 예산과 복지 개혁을 위해 공화당과 손을 잡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역시 당선 초기인 2001년 9월 11일 사상 최악의 테러를 겪은 이후 미군을 재건하고 국토 안보를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느라 애썼다. 오바마도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미국 경제 재편을 주도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미약한 경기 회복 기조 속에서 미국을 이끌어 갔다.

그나마 미국 사례는 양호한 편이다. 중부 유럽이나 동유럽 지도자들은 냉전 시기가 끝나고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 시장 경제 체제로 돌아서는 길고 어려운 작업을 도맡아야 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로부터 사회적 재난을 상속받았다.

반면 트럼프는 "지금껏 그 누구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본인 치적을 과장한다. 전임 행정부가 한 일에는 선을 긋는다.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규제와 기업 세금을 없앴기 때문에 미국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트럼프 주장이다. 무역 분야에 있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독자 행보를 위태롭게 이어가고 있다. 전 정부와 달리 중국과 계속 무역 전쟁을 벌이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지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이미 급속한 금리 인상, 사회 보장제도와 의료보험 확대에 드는 비용 마련, 8년 새 두 배로 늘어난 국가 채무 같은 과제를 물려 받았다. 이 숙제를 끝내지 못하면 트럼프가 추진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감세 예산을 마련할 방도가 없다.

미국 경제가 누리는 호황에 대한 공로를 트럼프 에게 돌리려는 유권자들은 적다. 반면 앞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 트럼프를 비난할 유권자들은 더 많아 보인다. 트럼프는 경제가 좋아진 것이 본인 덕분이라고 주장할 셈이라면, 앞으로 경제가 안 좋아졌을 때 역시 본인 탓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모든 치적에 본인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면 그때 가서 책임을 연준이나 민주당, 또 다른 누구에게 전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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