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성장 기반 위에서 분배 개선, 정부 정책이 중심 잡아줘야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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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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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국 국가경쟁력 높이려면… 강소국의 전략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 비효율적인 규제 혁파
실용적 인재 양성만이 분배 시스템 개선해…
한쪽으로만 치우친 정부 정책은 화 불러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26위 대 13위, 26위 대 27위. 최근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와 WEF(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과 중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다. 국가 경쟁력은 국가와 기업의 생산력 증대를 위한 제도와 제반 환경에 중점을 두고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다. 사실 한국이 언제는 국가 경쟁력이 높았던 적이 있었느냐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전후 수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세계 20위권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물론 국가 경쟁력 평가가 성장의 질적인 측면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도 충분하다. 대표적인 논의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 개선을 중심으로 착한 성장을 표방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개념을 국가 경쟁력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그렇다면 이런 논의를 반영하면 한국의 경쟁력은 나아질까. OECD 28개국을 대상으로 분배 시스템과 사회통합, 그리고 환경 측면을 고려하여 평가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국가지속성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4위에 그친다. 이는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으로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된 생산성 혁신력과 최하위를 간신히 모면한 사회통합과 분배 시스템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지표들이 상위권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인적 혁신력, 내·외수 창출력, 투자 환경 등과 같은 지표들도 하위권이다. 더구나 상위권 국가 지수 추이가 경제 위기와 같은 강력한 외부 충격에 상관없이 매우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핀란드, 규제개혁 통해 성장·분배 다 잡아

이처럼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어떤 방식으로 추정하더라도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 국가 경쟁력을 논하고,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만 할까? 이는 바로 이웃 일본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갈 문제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고용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장기 경기 침체 국면을 경험하면서 '격차사회'란 말이 유행되는 등 분배 시스템이 망가졌다. 또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재팬 넘버 원'이란 타이틀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색해졌다.

반대로 '노키아 위기'로 2012년부터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핀란드는 혁신역량을 키우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성장 없이 분배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또 분배 시스템의 개선과 이를 통한 사회갈등의 해소 없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성장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선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바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제고와 그 과실을 적재적소에 잘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야만 각종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다.

비효율적인 규제를 혁파하고,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민간의 활력을 되찾아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혁신융합형 경제산업구조에 맞는 실용형 인재를 양성해서 경제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역동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 모든 불균형을 수정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 활력 회복해야 투자·고용 창출

이렇게 준비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은 정책이 국민과 시장의 소리를 잘 반영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소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정부 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 우왕좌왕하게 되면 어느 순간 국민과 시장의 신뢰는 사라지고 정책 구동력이 약화되면서 정부 실패를 유발하게 된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을 걷기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너무 먼 미래의 이상향을 좇아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희생함으로써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내일을 맞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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