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필리핀보다 못한 기업효율성 과학 인프라 시설은 세계수준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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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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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국 국가경쟁력 높이려면… 강소국의 전략

한국 국가경쟁력 부문별 분석

경영진 도덕적 해이에 기업 승계 과정에 끊임없는 잡음 등 영향
높은 물가와 대립적 노사관계도 순위 깎아먹는 주범으로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놓고 보면 전 세계에서 한국을 앞서는 나라는 10개국 정도다. 반면 국가 경쟁력을 놓고 보면 지난 20여 년간 줄곧 20개가 넘는 나라가 한국 앞자리에 놓였다. 스위스 IMD경영대학원이 한국을 국가 경쟁력 순위에 편입한 1997년 이후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으로 기록한 22위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고 기록인 17위에도 못 미친다.

IMD 조사 대상이 63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매번 잘해야 중위권에 머무른 셈이다. 크리스토스 카볼리스 IMD경영대학원 세계경쟁력센터(WCC)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부소장은 "객관적이고 다각도로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경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해당 국가에 설문조사 등을 실시할 만한 협력기관이 있어야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며 "한국 관련 자료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통해 얻는다"고 말했다.

올해 발표한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은 27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지난해 29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계단 오른 수치다. 중국(13위)과 카타르(14위), 대만(17위), 말레이시아(22위) 등이 올해 조사에서 한국보다 더 경쟁력 있는 국가로 꼽혔다. IMD는 342개 세부 항목에 걸쳐 정부·기관 통계(54%)와 1년 이상 체류한 중·상위급 경영진 설문(46%)을 섞어 국가 경쟁력을 평가한다.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사회간접자본 이렇게 4개 분야를 나눠 점수를 주는데 설문조사 비중이 절반에 가깝기 때문에 조사 당시 정치·경제적 상황이나 설문 대상자가 운영하는 사업 여건에 따라 경쟁력 순위가 좌우되기도 한다.

한국은 1997년 30위로 처음 순위표에 등장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1998년 36위로 떨어졌고 1999년에는 41위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2000년에는 곧장 올해와 같은 29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며 잠시 순위가 31위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20위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韓 기업 효율성 43위, 필리핀 38위, 카자흐 34위

기업 효율성 부문은 매년 한국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이다. 한국 기업 효율성은 2015년 37위에서 2016년 48위로 급락한 이후 작년과 올해 내내 40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올해는 63개국 가운데 43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필리핀(38위)이나 카자흐스탄(34위)보다 낮다. 기업 효율성은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 경영 관행, 이사회의 경영감독 수준 등을 근거로 집계한다.

지난 수년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재벌 총수 일가가 법의 심판을 받는다거나, 기업 승계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나오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기업 부문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설문에 반영된 결과다. 이 밖에도 높은 물가와 대립적 노사 관계 역시 매년 순위 상승을 막는 이유로 지목된다. IMD는 경쟁력 순위와 별도로 각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주된 정책 과제를 함께 선정한다. 올해는 '북한과 관계 조율' '젊은이를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 '외부 충격에 대비한 경제 체질 강화' 등을 한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과학 인프라 시설 7위… 특허 출원도 뛰어나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과학 관련 사회기반시설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와 관련 인력, 지식재산권 등을 바탕으로 집계하는 과학 인프라 부문에서 2012년 5위를 시작으로 매년 10위권 안에 들고 있다. 올해는 7위를 차지했다. 특히 GDP 대비 총 연구개발 투자비 비중, 인구 10만명당 특허 출원 수 부문에서는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IMD와 유사한 국가 경쟁력 순위를 매년 내놓는다. WEF는 IMD와 다른 방식으로 국가 경쟁력을 측정하지만 정부 제도나 사회간접자본 수준, 거시경제 환경처럼 한 국가 위상을 판단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은 공통적으로 평가에 반영한다. 한국은 WEF 국가 경쟁력 순위 조사에서는 2012년 19위를 기록한 이후 매년 순위가 하락해 2015년부터 작년까지 3년째 26위에 머무르고 있다. IMD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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