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거꾸로 가는 J노믹스… 獨 하르츠 개혁을 배워라"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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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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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국 경제 정말 괜찮은가… 知韓派 세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베르너 파샤 뒤스부르크 에센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정부, 단기간에 너무 많은 것 성취하려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문제
직업훈련 개편하고 생산성을 높여라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건 2015년이다. 전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해 결정했다. 그러나 '미니 잡(Mini Job)'으로 불리는 저임금 일자리가 늘고 노동 유연화 추진으로 노동자 지위가 불안정해지자 국가가 개입한 것이다. 당시 최저시급은 8.5유로(약 1만1000원)였다. 이후 일부 '미니 잡'이 감소하긴 했지만 경제 호황을 등에 업고 다른 일자리 40만개가 생기면서 최저임금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베르너 파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독일에선 최저임금제 도입 이전에 '하르츠 개혁'(노동 개혁)을 통해 해고 요건과 파견 규제 완화, 실업수당 기간 감축, 창업 활성화 등 (최저임금제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면서 "한국과 독일은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선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주춤한 데다 실업률은 늘어나고,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가득한 상태라는 것. 파샤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싶은 모양인데 경제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불평등을 더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의 원천이 민간에서 나오게 해야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를 간략하게 평가해달라.

"단기간에 너무 많은 걸 성취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 정부 주도 성장은 한국 경제의 역사적 특징이긴 하지만 이젠 그 공을 민간에 넘겨야 한다. 정부가 개입을 줄이고, 성장의 원천이 민간(국민과 기업) 영역에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에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반드시 성장률이 둔화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미·중 무역 갈등에 신흥국 리스크 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경제엔 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에겐 최저임금 인상은 최악이다. 일자리가 줄어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어떻게 보나.

"양면성이 있다. 원칙적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한다는 건 반대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 필요한 측면이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은 노동시간에서 '아웃라이어(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다. 너무 많은 노동시간은 개인 건강뿐 아니라 행복 지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다른 선진국에선 적은 시간을 일하고도 생산성을 달성한다. 앞으로 한국은 업무 방식을 개선해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저성장이 점점 고착되어 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나.

"기업과 개인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 사회가 공정하다고 느낄수록 기업이나 노동자도 혁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한다. 불공정한 사회에선 건전한 경쟁을 하려는 의지가 꺾인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와 정경유착 문제가 심각한데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을 압박하고 총수를 처벌하는 식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선 곤란하다."

청년들 실업에 시달리는 건 재앙

―한국 경제성장이 더딘 이유는 뭘까.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고 내수 시장이 약하다. 그 때문에 외풍(外風)에 쉽게 흔들리고 가계 부채와 고용 위축은 내수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20년 한국 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는데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성장 궤도를 밟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질의 노동력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실업에 시달리거나 일용직에 낭비되는 건 재앙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직업훈련 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독일 경험에 비춰보면 직업교육(또는 재교육)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노동력 공급에 이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새로운 경제정책을 들고 나와 기업 경영에 혼선을 주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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