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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못 타본 '촌놈'들의 유엔 연설

김성철 링크에잇엔터테인먼트 대표 'This is 방탄DNA'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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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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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K-POp]

성공비결은 좋은 품질과 소비자 소통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 못한 것들일뿐


김성철 링크에잇엔터테인먼트 대표 'This is 방탄DNA' 저자
김성철 링크에잇엔터테인먼트 대표 'This is 방탄DNA' 저자
2013년 7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하나가 데뷔했다. 소속사는 자본력이나 언론 후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신생 중소 기획사. 멤버들은 교포 출신은커녕 해외여행 경험조차 없는 지방 도시에서 올라온 아이들. 스스로 '촌놈'이라 불렀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자신 있었다. 댄스 음악 위주 아이돌계에서 이색적으로 힙합을 주 무기로 장착했다. '아이돌이 무슨 힙합이냐?'는 비아냥거림에도 시달렸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1집 앨범은 국내 음원 사이트 순위 50위권에 간신히 오르는 데 그쳤다. 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될까?'라면서 좌절했다. '언제쯤이나 다른 유명 아이돌 그룹처럼 1만여 석 규모 잠실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한숨만 쉬었다.

5년이 흐른 지금, 이들의 활동 무대는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음악은 국내 음원 순위를 넘어 세계 대중음악 본산이라는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남북미, 유럽 대륙을 누비며 1만 석이 아닌 수만 석 규모 대형 공연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UN 정기총회에서 연설하는 영광도 누렸다. "우리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고 포기하고 싶었다"며 "모두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자.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아 달라"고 전 세계 청춘들을 격려했다.

마케팅 아닌, 세계 청소년들의 자발적 반응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성공했을까" 궁금해한다. 많은 분석이 쏟아졌고 방탄소년단 소속사에서도 이런저런 설명을 내놓았다. 그런데 세상사가 그렇듯 그건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 알고보면 별거 아니게 느껴지지만 남다른 내공이 담겼다는 의미다.

첫째, 방탄소년단은 음악으로 승부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무수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며 음악 속에 자기들 목소리를 담았다. K팝에서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공장식 복제물'이 아니라, 방탄 스타일 음악을 추구했다. 국내 시장 반응은 느렸지만,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발달을 등에 업고 전 세계로 음악이 퍼져 나갔다. 방탄소년단이 이룬 막강한 글로벌 팬덤은 마케팅 전략으로 일군 게 아니다. 방탄 음악을 접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결과물이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는 평범한 명제를 재확인한 현상이다.

둘째, 콘텐츠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남달랐다. 기존 언론 후광을 기대할 수 없었던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전력투구했다. 지난 5년간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 남긴 게시물 숫자가 1만1000건이 넘는다. 인터넷 방송에선 음악 리뷰부터 먹방(먹는 모습 방송), 개그, 여행, 사투리, 예능까지 모든 소재를 넘나들었다. 뮤직비디오를 위시한 음악 영상물들은 가벼운 일상사에서도 탄탄한 서사와 빼어난 구성, 영상미,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세계를 열광시켰다.

셋째, 공감과 신뢰에 입각한 소통이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은 '아미(Army)'다. 아미와 방탄소년단은 일종의 가족이다. '지질했던' 신인 시절부터 응원했고, 방탄 멤버들은 '아미'가 올린 글들을 하나하나 읽고 답하면서 콘서트 무대에서 함께 어울린다. 팬들과 했던 약속은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지키려 노력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팬들에게 소고기 사 주겠다'던 약속, 아동보육시설에 팬클럽 이름으로 소고기를 기부하는 등 방식도 다채롭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남다르게 전하고, 소비자와 함께하는 기업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 성공 비결은 사실 특이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모두 알고 있으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걸 끈기 있게 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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