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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은 급변하는데… 핀테크 도입률 中 69, 韓 32%

도쿄=이위재 차장 | 뉴욕=배정원 기자 | 상하이=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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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9.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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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계 핀테크 시장은 급성장하는데
IT강국인 한국은 왜 뒤처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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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그래픽=김현국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上海) 중국건설은행(CCB) 주장루(九江路) 지점. 입구에 들어서자 여성 얼굴을 한 로봇이 인사를 건네며 어떤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165㎡ 넓이 공간에 은행원이나 창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로봇 두 대와 터치 스크린 방식 자동화 기기만 놓여 있었다. 이곳은 지난 4월 문을 연 중국 최초 '무인(無人) 자동화 은행'. 고객은 얼굴이나 ID카드로 신분확인을 한 뒤 계좌 개설, 입출금, 송금, 외환 거래, 금 투자, 자산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다.

건설은행 상하이 지점엔 로봇뿐

가상현실 체험 공간에선 특수 안경을 쓰고 건설은행이 하고 있는 장기 주택 임대사업 모델하우스 내부도 둘러볼 수 있다. 특정 단지를 지정하자 실제 집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금융업계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핀테크(Fintech)로 상징되는 금융업계 혁신은 뉴욕과 런던, 도쿄, 베이징, 나이로비까지 전 세계 금융서비스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지난해부터 직원이 없는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비시UFJ은행은 고객 응대 작업에 로봇을 도입했다. 로봇뿐 아니다. AI(인공지능)와 바이오 인식 기술을 비롯한 첨단 ICT 기법이 금융업을 파고들고 있다. BOA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인공지능 금융 비서 '에리카'를 선보였다. 에리카는 고객 음성을 인식해 업무를 처리하고 고객 평소 거래 패턴을 분석,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HSBC은행은 모바일 뱅킹 이용 시 비밀번호 대신 음성이나 얼굴 인식으로 로그인할 수 있으며 음성으로 은행 업무를 지시할 수도 있다. 핀테크 전문가 브렛 킹은 "뱅킹은 이제 가야 할 장소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보험사·자산운용사·투자은행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은 2008년부터 '생체인식'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을 5대 기술로 선정하고,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해 500억위안(약 8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3만명 얼굴을 99.8% 정확도로 1분 안에 인식해내는 안면인식 기술도 개발했다. 핑안손해보험은 이 기술을 '돼지 안면 인식'에 적용, 양돈 농가 보상 업무에 활용할 예정이다.

유통·전자·IT회사도 금융업 뛰어들어

금융업은 이제 업(業) 자체 성격이 바뀌고 있다. 금융사뿐 아니라 유통·전자회사, IT(정보기술) 기업까지 다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는 이종(異種)격투기 경기장처럼 변해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면 유서 깊은 대형 금융사들도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 그런 절박함은 핀테크 시장을 급성장하게 만든 추진력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4년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1조6000억달러에서 지난해 2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결제 업체인 중국 '알리페이'는 결제뿐만 아니라 투자·예금·공과금 납부 기능 등으로 은행보다 편리한 은행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며 전통 은행 서비스 고객을 뺏어오기에 이르렀다. 소프트뱅크와 미즈호은행이 합작한 대출회사 제이스코어는 나이와 교육 수준, 성격, 취미 등 140~150개 질문을 통해 소비 습관이나 상환 태도·특성을 검증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존 금융권이 소득으로만 평가하던 것과는 새로운 차원이다.

펄펄 나는 중국…한참 뒤처진 한국

이런 금융 약육강식 시대에 한국 핀테크는 어디쯤 와 있을까?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EY)이 발표한 '2017년 핀테크 도입 지수' 조사에서 중국 핀테크 사용률(인터넷 사용자 중 한 달에 2가지 이상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69%에 달했다. 한국은 32%였다. 조사 대상 20개국 중 12위에 그쳤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가 꼽은 '2017년 글로벌 핀테크 기업 100' 명단에 한국은 단 1곳만 이름을 올렸다. 미국 19곳, 호주 10곳, 중국 9곳, 캐나다 6곳, 독일·프랑스 5곳, 인도 4곳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IT 강국으로 통하는 한국이 핀테크 분야에선 왜 걸음이 느릴까. 금융 혁신을 촉진하고 알리페이 같은 기업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WEEKLY BIZ가 미·중·일 금융 혁신 현장을 찾아 금융의 미래와 한국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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