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도요타의 투자 행보가 우려되는 이유는

안자니 트리베디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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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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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Car]

그랩에 10억 달러 이어 우버에 5억 투자
명확한 목표 없이 첨단 기업 변신 시도
벤처식 경영 삼가고 주력에 집중해야


안자니 트리베디 경제 칼럼니스트
안자니 트리베디 경제 칼럼니스트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 업체 도요타가 과감한 도박을 시작했다. 8월 말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5억달러를 투자하고, 자사 미니밴 모델인 시에나에 우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수개월 전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그랩(Grab)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하는 또 다른 행보다. 도요타 협력 업체 4곳도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자율주행차용 부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도요타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인 자동차 제조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지금 도요타는 상충되는 두 목적을 동시에 좇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자동차 관련 기업 지분 매입과 중국에서 맺은 각종 금융 파트너십에 이르기까지, 전망이 기대되는 미래 자동차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도요타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맨다.

비용 절감과 신사업 투자, 상충되는 두 목표

물론 도요타가 새로운 영역에 자금을 쏟아붓는 건 보수적인 기업에서 첨단기술 친화적인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사업에 투자하는 동종 업계 경쟁사들과 달리 도요타는 명확한 목표를 숫자로 내걸지 않았다. 반면 미국 GM은 오는 2019년이면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요타그룹 산하 연구소에서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를 퍼붓는 와중에 내부에서조차 회의적 의견이 나온다. 최근 5년 도요타 총매출 대비 연구개발(R&D) 지출액 비율은 3~4% 수준으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다.

그럼에도 도요타가 직면한 진짜 위험은 신사업이 아닌 비용 절감이다. 미 관세 문제로 부품 가격이 점차 인상되는 반면 미국 내 도요타 판매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아서다. 최근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악화됐고 비용 부담도 점차 가중됐다. 이 와중에 중국 시장은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전쟁터로 떠올랐다. 거대한 시장 규모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점유율 경쟁 중이다.

그러므로 '비용 절감'과 '신사업 투자'란 도요타의 상충되는 두 목표는 어느 선에서 타협을 이뤄야 한다. 도요타가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이 결국은 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만큼 자금력을 갖춘 다른 경쟁사들이 신기술 기업들의 지분 일부만 사들이는 수준으로 투자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가 미국 GM의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인 GM크루즈에 2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GM크루즈는 2분기 1억54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그래도 GM은 GM크루즈에 올해 10억달러, 내년 13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비전펀드는 신중하다. 자금을 한꺼번에 베팅하지 않는다. 초기에 9억달러를 투자하고 GM크루즈가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면 나머지 13억50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업 역시 실행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완전 자율주행차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과 향후 가야 할 발전 단계에 대해 누가 전문가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현재 투자업계에선 그랩, 재팬택시, 겟어라운드 정도가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도요타가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 사업에서 선두를 차지하려고 노력해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기대수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도요타는 자동차 제조 기술에 몰입해 수많은 특허를 획득했다. 벤처투자자들이나 할 법한 투자 행보는 멈추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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