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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노아 다리 붕괴의 충격

파올라 수바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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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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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파올라 수바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파올라 수바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최근 이탈리아 서북부 제노아에 있는 모란디 다리가 붕괴하면서 수십 명이 숨진 사고는 SOC(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중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부패가 만연한 이탈리아에서 비리에 따른 부실 공사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해석은 본질을 회피하는 일이다.

1950~1960년대 전후(戰後) 유럽과 미국에선 재건 사업이 확산하면서 교량과 도로, 철로가 대대적으로 지어졌다. 이젠 그 시설들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모란디 다리를 짓던 1960년대만 해도 이탈리아 정부는 주요 공공 시설을 소유하거나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고 통제했다. 그러다 민간이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금융 혁신도 일어났다. 최초 유로본드는 이탈리아 도로 건설 회사 아우토스트레이드가 발행했다. 그 시절엔 이탈리아 경제가 연평균 5.3% 성장하던 때였고, 인프라 건설도 GDP(국내총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럽 주요 항구 중 하나였던 제노아는 철강·조선 등이 번창한 산업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인프라 건설 주도권은 민간으로 넘어갔다. 이탈리아만 해도 정부 부채가 GDP의 132%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이탈리아뿐 아니라 선진국 대부분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 정책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민간 인프라 사업자의 우선순위는 비용 회수와 수익이지 안정적인 인프라 건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프라 정책과 관련, 고민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와 '어디에 지을 것인가'.

전처럼 중앙 정부가 세금으로 지으려면 그 인프라 혜택을 보지 못하는 납세자에게는 공평하지 않다. 지방 정부가 비용을 대거나 민관 협력을 통해 인프라를 짓고, 이용료를 징수해 비용을 회수하는 게 맞을까. 그러려면 공공 정책의 우선순위와 장단점에 대한 꼼꼼한 사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낡은 모란디 다리를 대체하기 위해 새 도로를 제노아 북쪽에 건설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미 나왔지만, 지역 주민과 정치인 이해가 엇갈려 진척이 없었다. 지역 이기주의와 도로라는 핵심 인프라 수요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회 인프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핵심 요소다. 이런 사고를 계기로 각국은 중앙 정부와 지방이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프라는 낡아가고 사고는 또 벌어질 수 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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