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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 10주년이 주는 다섯 가지 교훈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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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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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대거 푼 양적 완화(QE) 정책이 오는 11월로 10주년을 맞는다. 미국 중앙은행 역사상 가장 대담한 정책적 실험이었다. 1979~1980년 폴 볼커 전 FRB 의장이 대대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펼친 바 있었으나 이조차도 전통적인 통화정책 방식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미 연준의 양적 완화는 최초이자 검증되지 않은 시도였던 셈이다.

보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최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을 초대해 10주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열었다. 그곳에서 양적 완화가 가르쳐준 다섯 가지 교훈을 설명했다.

9년간 평균 2% 밖에 성장 안해

첫째, 양적 완화의 주된 목적은 고용 증가와 물가 안정인데 이에 대한 평가는 복합적이다. 1차 양적 완화 덕분에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이후 2차와 3차 양적 완화 효과는 미약했다. 연준이 위기 때 사용한 정책이 이후에도 똑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오산한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9년간 평균 2% 수준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과거 경제 회복 시기 4%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망스러운 결과다. 2008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연준의 자산만 3조6000억달러(약 4000조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감액인 2조9000억달러보다 25% 큰 규모다.

둘째, 중독의 무서움이다. 실물 경제가 지나치게 연준의 도움에 의존하게 됐다는 의미다. 연준의 자산 확장에 따른 과잉 유동성 공급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아닌 통화정책이 자산 가격을 올려놓은 것이다. 이후 시장에서 자금을 거두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자산 의존적인 소비자뿐 아니라 미국 기업, 심지어 외국 경제까지 영향을 받았다. 2013년 긴축 시 금융시장이 발작을 한 현상과 현재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신흥국 위기는 양적 완화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자산 가격 상승해 소득 불평등 악화

셋째, 소득 불평등이 커졌다. 양적 완화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은 부유층 자산을 크게 늘렸다. 미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양적 완화 기간 동안 가구 세전 소득 증가는 상위 10%에서 주로 발생했다. 연준 자체 조사에서도 상위 10%층이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완화가 미국 소득 불균형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고 결론 내려도 과장은 아니다.

넷째, 양적 완화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연준의 자산 매입으로 2008년에서 2017년 사이 미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39%에서 76%로 늘어났다. 금리가 낮은 오늘날에는 별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앞으로 연방정부 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고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전술과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연준이 위기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공은 인정한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뭘 했냐는 점이다.

여기서 질문이 던져진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중앙은행을 원하는가. 아니면 적극적 예방책으로 위기를 피해가는 중앙은행을 원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정치계와 학계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과연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경제성장을 희생할 수 있을지 여부다. 아울러 연관된 다른 두 가지 문제를 던지고 있다. 적극적인 예방형 연준은 처음부터 위기를 막을 수 있나. 또 연준은 지금부터 더 공격적으로 금리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나.

금리 낮아 다음 위기 때 총알도 부족

연준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금리 정상화를 두려워했고, 위기가 지난 지금에도 비슷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은 다음 경기 침체에 쓸 총알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번 행사에서 양적 완화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연준의 자산을 활용한 건 과거에 썼던 통화정책의 확장일 뿐 전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통적인 그리고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모두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된다"고 말했다. 버냉키의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위험, 특히 자산 거품과 과도한 레버리지(차입)에 대한 위험을 모두 무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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