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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터넷 기업이 죽을 쑤는 이유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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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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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선전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상승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등 이른바 'FANG' 기업이 이끌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FANG에 해당하는 3대 인터넷 기업, 즉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과 포털 기업 '야후재팬',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의 주가는 이보다 크게 낮다. 야후재팬과 라쿠텐의 주가는 올해 들어 25%나 빠졌고, 라인은 11%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이 기업들 주식을 사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언젠가 이들 주가도 미국 FANG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이 기업들의 실적 흐름을 얼핏 보면 최악 상황은 끝났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겠다. 타이보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이스와르 크리스난은 "라인은 아직 월 1억7000만명의 활발한 사용자로부터 돈 벌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라인의 주가는 향후 12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악재가 더 많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우 사용자가 1분 동안 머물면 0.75센트의 수익을 올리는 데 반해 라인은 0.12센트를 버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이뤄진 전체 소매 거래 가운데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라쿠텐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처지다.

문제는 이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퍼붓고 있는데도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 라인이 일본 증시에 상장된 뒤 영업이익은 상당히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라인은 음악과 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가상 화폐 거래소 개설과 같은 희한한 분야에 투자했다. 올해는 인공지능과 핀테크(금융·기술의 융합 산업) 분야에 최대 300억엔(2940억원)을 쓸 예정이다. 이는 2017년 전체 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야후재팬은 전자상거래 분야에 올해 영업 이익의 30%를 쓰기로 했다.

더욱이 라인과 야후재팬, 라쿠텐 모두 뛰어든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 기업과 경쟁해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구'라는 문제도 골칫거리다. 일본은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1.4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구매력이 있는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게 돼 있다. 일본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우울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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