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소비자 선택의 폭 줄여주는 게 '유통 4.0'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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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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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Trend]

'내가 선택하는' 아마존
'전문가가 선택해 주는' 스티치 픽스…
원하는 상품을 필요로 하는 시간에 알아서 가져다 주는 시대 다가온다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패션업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스티치 픽스는 2011년에 설립됐고,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됐다. 이 기업은 고객이 20달러를 지급하면 인공지능(AI)과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에게 맞는 스타일링 아이템 다섯 개를 원하는 날짜에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그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나머지 제품은 무료로 반품된다. 스티치 픽스의 카트리나 레이크 CEO는 지난달 30일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많은 서비스는 대부분 아마존과 반대에 있다"고 말했다.

레이크 CEO가 아마존과 반대에 있다고 한 이유는 의상 선택의 주체와 관련이 있다. 즉 아마존은 소비자인 내가 의상을 직접 선택하지만, 스티치 픽스의 경우 전문가가 일차적으로 선택해준다는 점에서 반대에 있다고 얘기한 것이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라는 의류 판매 서비스는 고객이 옷을 선택한 뒤 미리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고객 선택이다. 반면 스티치 픽스는 고객의 SNS 분석, 과거 선택과 취향에 대한 설문 조사 등을 통해 고객에게 맞을 것 같은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유통의 발전은 소비자 선택 폭 확대

유통의 진화는 범위, 속도, 선택권 확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유통 1.0'의 시대는 증기기관의 발명에 따라 자급자족을 넘은 제품의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상점들을 통해 제품의 일상적 거래가 가능해진 시대다. 다만 이때는 범위도, 속도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유통 2.0' 시대는 전기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넘쳐나는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팔기 위해 제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소비를 강조하는 백화점으로 대변되는 시대다. 그런데 많은 경우 유통의 혜택은 도시에 한정되어 있었다.

'유통 3.0'의 시대에는 정보 혁명으로 인터넷의 온라인 몰 등을 이용한 상품 선택이 무한히 확장됐다. 특히 도시 외로 전달의 범위도 넓어졌으나 속도에서 한계는 존재했다. 그래서 '유통 3.0' 시대의 대표 기업인 아마존, 알리바바, 징둥 등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물류센터 건립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유통 3.0' 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단절로 인한 불편이 존재했다. 최근의 옴니채널은 바로 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단절을 고객을 중심으로 통합해서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선 식품을 담을 필요 없이 QR 코드로 결제하면 30분 이내에 집으로 배달해주는 알리바바의 신선 식품 매장 '허마셰션'이 바로 대표적인 옴니채널의 서비스다. 그러나 옴니채널은 본질적인 가치의 변화가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유통 4.0'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유통 3.5'라고 부르는 게 맞을 거 같다.

'유통 4.0'은 선택 폭 축소

'유통 4.0' 시대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오늘날을 'Now'의 시대, 위대한 제품이 일상인 시대, 너무나 많은 상품에 대한 선택지가 있는 시대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유통의 가치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와야 한다. 제품 전달 범위, 속도, 선택 종류 확장의 양의 경쟁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경쟁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선택을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 좁혀줘야 한다. 주문 후에 얼마나 빨리 배달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필요로 할 것 같은 시간에 원하는 그 제품을 묻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아마존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는 빠른 속도로 소비자의 거실을 점령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 선호, 필요 등의 데이터를 모아 소비자가 원하는 '예측 배송'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그래서 스티치 픽스의 레이크 CEO가 아마존과 우리는 소비자 선택에 관한 한 반대편에 있다고 한 말은 조금만 시선을 확장해 보면 옳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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