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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쟁력 유지하려면 '스마트 팩토리'가 시급하구나"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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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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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의 동서고금 경영학] <5> 퇴계의 理氣二元論

1568년, 퇴계 이황 '성학십도(聖學十圖)' 후손에게 충고
사이버 공간은 '理' 물리적 공간은 '氣'
理와 氣가 일치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무술년(戊戌年), 퇴계(退溪) 이황이 국민에게 상소를 올린다. "대한민국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스마트 팩토리화가 시급합니다." 물론 상상한 것이다. 하지만 퇴계가 1568년 작성한 '성학십도(聖學十圖)'의 태극(太極),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에는 4차 산업혁명의 나아갈 길에 대한 단서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理氣二元論과 사이버 물리 시스템

4차 산업혁명에서 나오는 대표적 개념 중 하나는 CPS(cyber physical system),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다. CPS는 사이버(cyber) 공간에서 어떤 작업을 하면 현실 물리(physical) 공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체계(system)이다. 이를 퇴계식으로 풀어 쓰면 제조 원리인 이(理)를 담아 가상으로 만들어진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 기(氣)의 발현인 제조 기계들이 서로 연결해 만들어지는 사이버와 현실, 이(理)와 기(氣)가 서로 일치하는 순간이다.

이(理)는 옥(玉)에 나타나는 무늬(里)를 가리킨다. '사물에 내재하는 원리' '우주의 근본이 되는 도리'를 지칭한다. 기(氣)는 존재하는 모든 곳에 있는 생명의 기본 요소다. 기(氣)는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이 되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 동양 철학에서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되는 힘, 이(理)에 대응하여 물질적인 바탕을 일컫는다. 이(理)는 사물을 이루는 구성 원리이고, 기(氣)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적 재료다. 만물은 이 둘을 근원으로 하고 이 둘의 결합에 의하여 생성된다는 게 이기이원론이다.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이기이원론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맥을 같이한다. 디지털 트윈은 소프트웨어로 물리적 자산을 가상화해 실제처럼 만든 대상이다. 디지털 트윈이 만들어지면 기계나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뜬다. 그럼 어떤 장점이 생길까. 첫째, 각 기계 부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따로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상태와 내구연한을 알 수 있어 고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둘째,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계나 공장 운용 방식에 변화를 주려 할 때 전에는 가동을 중단하고 실험해야 했으나 디지털 트윈이 있으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결과를 예측, 최적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퇴계 이황(오른쪽)이 성리학을 체계화해 도표와 해설을 넣은 책 ‘성학십도’. 450년 전 퇴계의 성리학은 스마트 팩토리의 원리 이해에 도움이 된다./국사편찬위원회 퇴계 이황(오른쪽)이 성리학을 체계화해 도표와 해설을 넣은 책 ‘성학십도’. 450년 전 퇴계의 성리학은 스마트 팩토리의 원리 이해에 도움이 된다./국사편찬위원회
디지털 팩토리와 스마트 팩토리

4차 산업혁명 공장은 디지털 팩토리(Digital Factory)와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로 압축된다.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공간, 이(理)의 세계에 만들어진 공장이다. 제품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과정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서 가상공간에 구현해 놓은 것. 디지털 팩토리는 가상공간에서 생산 공정과 방법을 먼저 시험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氣)의 세계, 물리적인 공간에 만들어진 공장이다. 디지털 팩토리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하여 생산의 최적화를 이루는 곳이다. 즉, 설계, 제품 개발, 제조, 물류 등 모든 생산과 유통 과정이 디지털 팩토리와 연동하여 최적화된다. 단순한 생산 자동화와 다르다. 생산 자동화는 물리적 공장에서 프로세스 혁신을 하는 것이라면, 스마트 팩토리는 디지털 팩토리에서 시뮬레이션된 최적 혁신 결과를 물리 공간에서 구현하는 형태를 띤다.

수많은 센서가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품과 재료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투입할 수 있으니, 생산 효율화는 물론, 개별 소비자 요구에 따라 단일 라인에서 각기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맞춤별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스마트란 이름을 붙인 이유다. GE의 인도 푸네 공장에서는 한 공장에서 제트 엔진부터 기관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항공·오일·가스·철도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가스터빈, 항공기 엔진, 철도 기관차 등의 산업기기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여 산업장비의 유지 및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운용의 최적화를 실현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GE는 전 세계 400개 이상 공장 제조 시설에 부착된 1000만 개 센서에서 발생하고 있는 5000만개 이상의 데이터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최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독일 하노버 메세에서 산업용 로봇 기업 쿠카(KUKA)가 개발한 로봇 팔이 맥주를 잔에 따르고 있다.
/EPA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독일 하노버 메세에서 산업용 로봇 기업 쿠카(KUKA)가 개발한 로봇 팔이 맥주를 잔에 따르고 있다. /EPA
理氣互發說과 스마트 팩토리 최적화

퇴계는 고봉 기대승과 4년 동안 벌였던 사단칠정 논쟁의 내용을 완결하여 성학십도의 6번째 그림인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에 담는다. 사단칠정 논쟁 끝에 퇴계가 내린 결론은 이가 발한 후에 기가 따르는 것이라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四端)의 '이발기수(理發氣隨)'와 기가 발한 후에 이가 타는 것이라는 칠정(七情)의 기발이승(氣發理乘)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데이터이다. 제대로 된 제조 현장 데이터가 모여야 제대로 된 생산 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 사물인터넷을 통해 현실을 데이터화하여 가상 세계로 보내는 것을 디지털화라고 한다. 현실인 기(氣)에서 발하여 사이버 원리의 세상인 이(理)로 보내주니 기발이승(氣發理乘)이다.

이렇게 구축된 가상 세계의 정보는 디지털 팩토리에서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등을 통해 최적화 과정을 거친 후, 현실의 스마트 팩토리에 구현시키는 아날로그화 과정으로 이어진다. 사이버상의 이치(理)가 현실로 발현되니, 이발기수(理發氣隨)가 된다. 여기서 디지털화의 기발이승(氣發理乘)과 아날로그화의 이발기수(理發氣隨)는 한 번 이루어지고 마는 게 아니라, 태극 음양의 순환처럼 지속적으로 정보의 순환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야 한다. 즉, 사물인터넷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현장의 데이터 수집으로 만들어진 빅데이터 디지털 팩토리가 구현된 다음, 디지털 팩토리 내에서는 인공지능이 시뮬레이션으로 최적화한 모델을 다시 스마트 팩토리로 내려주는 단계가 지속적으로 순환된다. 이 과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CPS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에 대해 GE 디지털의 설루션 설계자인 라젠드라 마요란(Mayoran)은 "디지털 트윈(디지털 팩토리)은 끝이 없다"면서 "도입할 때 정밀도가 60%라고 한다면 단계적으로 70%, 80%, 90%로 끌어올려 100%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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