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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러시아는 잠자는 미국을 깨우지 말라

데이비드 피클링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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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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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데이비드 피클링 경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피클링 경제 칼럼니스트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18개월간 이어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기조에 등을 돌려 원유 생산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주 언급되지 않는 원인이 있다. 국제 원유 거래 가격 기준 역할을 하는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 스프레드는 3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셰일오일 붐으로 미국 전역에 원유가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지난 3개월간 14% 올랐으며, WTI는 7.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 미들랜드유는 4.8% 하락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 때는 합법적 이유가 있었다. 미국은 2015년 말까지 약 40년간 원유 수출을 금지했다. 여기에는 생산이 급증하는 셰일오일을 수출용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유 시설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추세대로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면 또 다른 병목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미들랜드와 쿠싱을 잇는 송유관은 물론, 미국산 원유에 목말라하는 세계 각국으로 보낼 송유관와 항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을 검토하는 본질적 이유도 현상 유지를 하려는 데 있다. 2016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OPEC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71만3000배럴 감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베네수엘라가 하루 원유 생산량을 71만8000배럴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하루에 30만8000배럴을 늘린 이란은 미국과 글로벌 무역 제재에 직면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하루 48만7000배럴을 감산하겠다는 정책을 번복할 경우 공급 구멍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 또 있다. 최근 공급 제한으로 OPEC은 북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OPEC 감산으로 줄어든 180만배럴을 미국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주에서 자체 생산한 153만배럴의 원유와 캐나다에서 조달한 64만배럴로 거의 다 대체했다.

현재 미국 내 셰일 붐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병목 현상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격리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 브렌트유와 WTI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유를 저장하고 수송하는 업체들이 새로운 수출 통로를 찾아 나설 것이다. 미국의 병목현상이 해소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OPEC은 적극 증산에 나서 가격 격차를 줄이고 원유 저장·수송 업체들을 단단히 붙잡을 필요가 있다. 수출 잠재력만 보면 미국 셰일오일은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잠자는 곰'이다. OPEC과 러시아는 이 곰을 깨우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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