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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장애균등지수(DEI) 도입하자

이광우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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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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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Employment]

큰 회사일수록 장애인 고용 낮은 한국


이광우 숭실대 교수
이광우 숭실대 교수
지난 4월 12일 '2018 장애인고용촉진대회'가 열렸다. 이를 필두로 지난달에는 수많은 장애인 행사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매년 장애인 고용이 이슈가 되지만 아직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수없이 많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부담을 충분히 지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에 민간 기업 2만701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61%이나 큰 회사일수록 장애인 고용률이 낮다. 이른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은 2.045%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공공 부문(5.3%), 민간 부문(3.3%)보다 월등히 낮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부담금을 통해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높은 장애인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적절한 지수를 개발해 사회 전체가 기업들의 활동을 쉽게 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은 장애인 고용과 작업 환경 등을 평가하는 장애균등지수(Disability Equality Index·DEI)를 개발하여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의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장애인이 다른 직원들과 동등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평가하는 지표로, 미국장애인협회(AAPD)와 미국기업리더십네트워크(USBLN)가 함께 개발했다.

4가지 영역 검증해 DEI 수치화

미국 민간기업들은 DEI를 장애인과 관련된 기업 내 정책이나 제도를 발전시키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DEI는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고, 약자를 배려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기업들은 높은 점수를 받으려 한다. DEI는 일반적으로 4가지 영역을 검증하여 수치화한다. ①문화적 다양성과 리더십(30점) ②기업 접근성(10점) ③고용 정책(40점) ④지역사회 통합 및 지원 서비스(20점)이다. 이 지표에서 상위 점수를 획득한 기업은 장애 통합과 관련하여 적절한 정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인정된다. 이 지표의 도입 초기에 만점을 받은 기업 중에는 AT&T, JP모건, 스프린트, 스타벅스, 월마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규제를 위한 네거티브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비교적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포지티브 정책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 지표의 효과가 인정되어 기업들이 연방정부의 사업 참여 시 DEI를 제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고용저조기업 공표' 방식은 장애인 고용 촉진과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으나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어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는 용도로 오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장애인 고용 확대에 한계가 있다.

매년 반복되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연례적으로 치르는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 사회도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 일자리를 얻어 행복을 영위하는 것이 언제쯤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장애인 고용은 의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기업의 고용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DEI의 국내 적용을 위해 한국형 DEI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DEI가 미국의 장애인 고용과 안정을 견인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DEI를 개발해 선진적인 장애 통합 정책을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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