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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장난감 백화점 '토이저러스' 몰락의 교훈

버지니아 포스트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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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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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버지니아 포스트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버지니아 포스트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나는 '토이저러스 세대'가 아니었다. 장난감 회사 토이저러스가 처음 미국 곳곳에 생겨나던 때, 나는 25세 성인으로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토이저러스의 미국 매장 폐점 소식이 들려올 때, 내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장난감을 갖고 놀던 추억 대신 다른 풍경이 떠올랐다. '토이저러스가 없던' 세상이다.

1980년대 중반 등장한 장난감 만물상 토이저러스는 이런 미국 일반 가정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장난감을 1만8000개 이상 진열대와 통로마다 그득히 쌓아놓은 이 가게에서는 어느 계절에나, 어느 지역에서나 누구나 찾고자 하는 장난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만물상' 사업 모델은 토이저러스가 테이프를 끊은 장난감을 시작으로 전자제품, 음반, 책, 사무용품, 가정용품 등 전 분야로 퍼져 나갔다. 소비자들의 선택 범위는 그전까지 상상도 못 했던 규모로 늘어났다. 토이저러스 같은 체인점은 소규모 제조업체 제품이 소비자 눈에 들 수 있게 돕는 최고 진열장 역할을 했다.

이런 판도를 다시 바꾼 것은 인터넷의 등장이다. 소비자가 매장을 돌아보면 어떻게든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던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무한정 물건을 늘어놓을 수 있는 인터넷 상점에서 새로운 생존법, 더 눈에 쉽게 띄고자 사투를 벌여야 했다. 치열한 경쟁 결과 살아남은 것은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알려진 영화나 만화 등의 캐릭터를 상품화한 라이선스 제품뿐이다. 지금 미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상품은 마블의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 캐릭터 장난감뿐이며, 그 곁은 저스티스리그, 파워레인저, 스파이더맨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가 지키고 있다. 결국 장난감 제조업체 매출의 명운이 '어떤 영화·만화가 큰 호응을 얻느냐'를 정확히 예측해내는 데 달린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폐점은 단순히 인터넷 시대에 밀린 전통 업체의 몰락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장난감 만물상이 되기 위해 대기업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온갖 중소기업 제품을 들여와 배치했던 진열장의 상실, 진열장에서 대기업 제품과 동등하게 대접받았던 이름 모를 수많은 중소기업 제품의 혜택 소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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