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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보다 '아마존 프레시'에 더 신경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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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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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드 버시드스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버시드스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아마존이 최근 계산원 없는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선보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신선 식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내버려두고, 편의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최근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아마존 고에는 흥미진진한 기술이 적용됐다. 고객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 수십 대와 절도 방지용 센서를 단 선반을 세우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과연 이런 기술이 고객과 유통업계에 영향을 끼칠까.

각종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편의점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3분 30초라고 한다. 자동차에서 내려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물건을 고르는 데 71초, 물건값 치르느라 줄 서는 데 42초, 계산에 21초 걸린다. 아마존 고에서는 기다리고 계산하는 데 50초가 덜 걸린다.

그런데 나는 50초를 절약하고자 엄청난 감시를 받고 싶지는 않다. 또 아마존이 이렇게 수집한 행동 데이터를 어디에 사용할지도 의문이다. 아마존 고는 첨단 기술을 자랑하지만, 실제 매장은 사람 없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요리사와 선반을 채우는 직원, 주류 코너에서 ID를 확인하는 직원 등을 포함해 12명이 필요하다. 심지어 센서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각 선반의 정확한 위치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각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 평균 편의점이 고용하는 직원은 약 15명이고, 이 가운데 10~12명이 파트 타임이 아닌 정규 직원이다. 아마존 고가 일반 편의점과 비교해 인건비를 한 달에 고작 2000달러 정도만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아마존은 운송이라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아마존 프레시에는 기대만큼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인은 평균 41분을 수퍼마켓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식료품을 사려고 수퍼마켓을 자주 찾아야 하는 소비자나 노년층은 수퍼마켓에서 산 무거운 식료품을 집에 가져가는 일부터 상당한 부담이다. 아마존 프레시는 이런 어려움을 덜어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아마존은 원활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는지 미국에서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아마존으로서는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아마존 고를 운영하는 것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중요한 신선 식품 배송에 투자하는 일이 편의점 방문 시간을 50초 줄이는 것보다 의미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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