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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가 탄탄하다고? 저축률을 보라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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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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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Economy]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지난달 초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가 일주일 만에 10%나 급락하며 큰 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증시가 다시 활황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퍼졌다. 잠깐 증시가 급락한 것은 일시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벌어진 이례적 상황이었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해석이 나오리라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 견해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함께 세계 경제의 기초 체력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한 냉철한 해석이 반영된 것인지 말이다.

우선 미국 경제 상황을 살펴보자.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는 턱없이 낮은 저축 수준이 먼저 꼽힌다. 미국의 가계, 기업, 공공 부문을 합산한 순저축률은 1970~1990년대만 해도 연평균 6.3%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불과 2.1%에 머물렀다. 중요한 것은 순저축률이 감가상각과 같은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미래를 위한 오늘의 투자 상황'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미국의 저축 수준이 바닥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문제는 이처럼 저조한 저축률은 단순히 국내 자본 부족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자본이 부족해 미국이 자본을 해외에서 빌려 오는 규모와 증가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자본 부족은 또한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상품과 서비스 수출입으로 구성되는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감세안이 실현된다면 정부의 세금 수입이 줄어 앞으로 10년 동안 미 재정 적자 규모가 1조5000억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재정 악화는 안 그래도 낮은 미국의 저축률을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저축률 낮아 미래 성장 동력 약해

저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이 선택할 방법은 두 가지다. 투자 감소분을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하거나, 해외에서 잉여 자본을 더 빌리는 것이다. 지난 35년 동안 미국은 후자를 택했다. 또 지난해 미국은 102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미국의 국제수지는 계속 나빠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라는 최악 정책을 선택한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 거시 경제의 핵심적 축이 튼튼해질 수 없다.

복잡한 무역 불균형 문제를 무역 관세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대체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와 역대 최악의 경상수지 적자가 결합하면, 해외 자본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데만 의존하는 종전 방식을 고수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 지적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채택한 정책에도 해당한다. 연준은 증시가 상승한 덕에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소비를 늘려 생기는 경기 활성화 현상인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기대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과감한 돈 풀기 정책을 선택했다. 그 덕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것이 곧 경제 기초 체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미국 증시를 밀어올리는 힘은 고용 지표와 산업 생산, 소비자 심리 지수, 기업 실적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생겨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이런 지표가 아니라 저축률에 좌우된다. 지금처럼 미국 경제가 미래의 성장 동력을 계속 갉아먹는다면, 증시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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