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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체내 기생충이 정말 적을까

페이 플램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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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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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페이 플램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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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013년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모는 체내 기생충이 적다는 걸 상대에게 알리려는 진화 과정의 산물이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합리성을 맹신하듯 생물학에선 신체적 아름다움이 건강이나 생식 능력을 나타낸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걸까. 생물학자 리처드 프럼은 저서 '미(美)의 진화'에서 "자연에서 아름다움이 무슨 객관적인 품질이나 가치를 대변한다는 주장은 낡은 20세기의 유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자연이 언제나 실용성을 바탕으로 진화의 길을 걷진 않는다는 얘기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쓰면서 자연선택설을 주창했다. 그런데 다윈이 보기에 공작새는 자연선택설에 잘 부합하지 않는 종이었다. 화려하고 눈에 띄고 불편하기까지 한 수컷 공작새의 꼬리는 종족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 왜 이런 꼬리가 도태되지 않고 계승됐을까. 다윈은 고민 끝에 '성(性) 선택설(sexual selection)'이란 새로운 이론을 고안했다. 특정 신체 특성이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이성에게 인기를 끈다면 종 전체에 퍼질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후대 과학자들은 성 선택을 자연 선택의 하나로 취급하게 됐다. 화려한 몸 색이나 아름다운 목소리 역시 해당 개체가 유전자를 남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진화한 결과물이란 것이다. 이런 이론은 대중문화를 타고 퍼졌다. 진화심리학자들도 뚜렷한 이목구비나 잘록한 허리 같은 외모가 여성의 건강 상태나 생식 능력을 나타낸다는 통념을 강화했다.

프럼은 이를 반박한다. 신체적 특성이 젊음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우월한' 유전자의 상징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미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남미의 수리남이나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같은 나라에선 서구에서 표준이라 여기는 신체 비율과는 전혀 다르게 체중이 많이 나가는 몸매를 매력적으로 간주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키 180㎝에 몸무게 56㎏인 부인 멜라니아를 '완벽한' 몸매라고 주장했는데, 의학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표준 체중 미달이다.

프럼의 주장과 밸런타인 성인의 가르침을 조합하면 결론은 이렇다. 몸매 비율이 완벽하지 않거나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고 해도 열등한 존재는 아니다.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몸 속에 더 많은 기생충이 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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