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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인력 감소 악재, 혁신 IT로 돌파한 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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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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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apan]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최근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한국 스타트업을 일본에 소개하는 행사 때문이었다. 지난 4년간 매년 2회 열고 있어 그때마다 일본을 방문한다. 매년 변화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고 있다.

닛케이신문을 보면 기업의 매출·이익이 기록적으로 늘어났다는 뉴스가 거의 매일 실린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9월 '업황(業況)판단지수'가 51.3으로 9개월 만에 50을 넘었다. 업황판단지수는 택시 기사, 편의점 점장 등 경기 변동을 피부로 실감하는 이들을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다. 50을 넘으면 호경기다.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부유층 소비와 관광객이 늘면서, 급기야 1980년대 후반 버블(거품) 경제가 다시 도래한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도쿄 시내를 다녀 보면 곳곳에 관광객이다. 오랜만에 아사쿠사에 갔다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해외 관광객을 보고 놀랐다. 사드 사태 이전 한국에 중국 관광객만 넘쳐났다면, 일본에는 전 세계에서 골고루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영어·중국어·한국어 등 다국어 안내판도 더욱 늘었다. 도쿄 택시는 단거리 탑승을 선호하는 외국 관광객을 겨냥해 기본요금을 730엔에서 410엔으로 내렸다. 관광객이 영어 등 다국어로 된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나라 전체에 목표가 생겼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한 변화다. 도쿄 도심 곳곳에 대규모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신주쿠·시부야 등 도심이 재탄생 중이다. 긴자식스 등 속속 새로운 랜드마크 빌딩이 생겨나고 있다. 관광객이 도쿄에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역으로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일손 부족이 심각했다. 식당·편의점에서 어렵지 않게 외국인 종업원을 볼 수 있었다. 방문했던 호텔의 프런트 직원들도 한국인·중국인·인도인 등 다양했다. 일손이 부족하니 자동화·효율화를 넘어서 인공지능까지 적용하려고 난리다. 여성 인력 고용도 독려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일손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투자를 작년보다 22.4%나 늘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핀테크·비트코인·블록체인·공유경제·사물인터넷(IoT)·로봇·자율주행차 같은 주제도 언론에서 매일 다뤄진다.

고령화가 혁신 IT 수용 호재로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번에 한국 스타트업 10개 팀과 함께 각종 발표회를 열었는데 일본 대기업 담당자들이 몰려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발표를 듣고 명함 교환까지 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덴소의 간부는 나고야에서 도쿄로 출장 나와 발표를 일일이 메모하고 질문도 했다. 그는 내게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며 소개를 요청했다. 알고 있는 관련 한국 스타트업을 이메일로 소개해줬더니 곧 "나고야(덴소의 본거지)를 방문해 달라"는 답장이 왔다.

대기업들이 직접 벤처캐피털(VC) 펀드를 만들거나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돈이 넘쳐 일본 스타트업 몸값이 너무 높아졌다는 불만도 들린다. 한 스타트업 콘퍼런스의 제목은 '일본 VC는 황금시대를 맞고 있는가'였다. 스타트업에 무관심했던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메가뱅크들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고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미쓰이부동산 등 부동산 회사들도 스타트업 육성 공간을 만들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고령화·인구 감소·일손 부족 현상이라는 악재를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혁신 IT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기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웃 나라의 이런 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1980년대 후반 버블 이후 최대 호황이라는 일본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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