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재미로 한 페이스북 성격 테스트, 선거에 惡用될 수 있다

카라 알라이모 호프스트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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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04 14:00 수정 : 2017.11.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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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서 수집한 수십만명의 식별 정보 지난 美 대선서 활용돼
여론조사 수준으로 촘촘한 규제 만들어야


카라 알라이모 호프스트라대 교수
카라 알라이모 호프스트라대 교수

러시아 배후 세력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에 정치 선전 광고를 게재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의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같이 빅데이터 규제에 허점이 많은 상황에선 외부 세력이 소셜미디어로 수집한 정보를 악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는 영국 조사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이하 케임브리지)에 유권자 200만명의 소셜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를 의뢰했다. 케임브리지 는 조사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성격 테스트' 게시물을 올렸다. 수십만명의 유권자가 재미 삼아 테스트를 해봤고, 이들의 개인 정보는 트럼프 캠프로 흘러 들어갔다. 이 중 대다수는 자신이 무심코 공유한 개인 정보가 트럼프 대선 전략에 활용될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거부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조사 업체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조사 업체가 소셜미디어에서 특정인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식별(識別) 정보'를 수집할 땐 지금보다 더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사 업체와 의뢰자는 누구인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최소한 이 세 가지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식별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것은 여론조사 업계의 윤리에도 벗어난다. 미국여론조사협회 행동강령에 따르면, 조사 기관은 식별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해당 정보를 피조사자의 동의 없이 조사 의뢰자나 대중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

광고주는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해당 소비자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적재적소에 광고를 배치한다. 온라인 광고의 대다수는 구글의 자회사인 더블클릭 등 플랫폼 회사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소비자의 휴양·레저 행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차 할부 금융사에서 소비자의 자동차 취향을 조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나 정치 기관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무분별하게 식별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정치인이 선거에 악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각종 테스트 등 게시물은 여론조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조사 업체 역시 여론조사 때처럼 엄격한 행동강령을 따라야 한다. 의회도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규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유권자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심리 테스트'를 재미 삼아 클릭 해보기 전에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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