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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무한정 크게 키우고 싶다면… 물리학을 넘어라

페이 플램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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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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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호박이 버텨내야 할 건 중력·장력·압축응력… 무중력에선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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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타고 무도회장으로 가는 일은 여전히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까. 사람을 여럿 태울 만큼 거대한 호박은 이미 등장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에선 한 남성이 모터를 장착한 호박 보트를 타고 보스턴하버를 건넜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무게 1t의 장벽'은 지난 2012년 처음 깨졌고, 이후로도 해마다 세계 최대 기록이 경신되는 중이다. 이런 신기록 행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과학자들은 채소 대형화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분야의 권위자인 재커리 립먼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유전공학이 유전병 치료 같은 의학보다 농업 분야에 더 유용한 기술이라고 본다. 현재 그는 유전자 가위(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되는 인공 효소)인 크리스퍼(CRISPR)로 토마토 크기를 키우는 품종개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의 발육을 관장하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잎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고 줄기가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관련 유전자를 조작하면 된다. 립먼 교수는 "유전공학을 생물학에 적용하는 방식이나 농업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립먼 교수 같은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유전공학은 거대한 호박 재배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하지만 거대한 채소의 탄생을 막는 장애물은 생물학이 아닌 물리학일 수도 있다. 거대한 호박이 감당해야 할 물리학의 법칙에는 중력도 포함된다. 데이비드 후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는 물리 법칙에 따라 동식물의 적정한 크기가 결정되는 현상인 비례 축소를 주제로 호박의 크기와 모양 간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후 교수는 호박의 크기가 커질수록 모양이 납작해지는 것을 관찰하고 "중력의 작용으로 호박의 꼭지와 바닥 면에 비정상적으로 큰 장력과 압축 응력이 각각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장과 생장 속도 역시 물리적 제약을 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호박이 하루에 20㎏ 넘게 자랄 경우엔 쪼개져버릴 가능성이 크다. 호박은 기존 세포가 자라거나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크기가 커지는데, 세포의 생장과 분열 간 균형이 맞지 않으면 갈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물리학 법칙을 초월한 거대한 호박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나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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