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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자연 섭리 따르는 환상적인 기계… 밤 수면을 허하라

파예 플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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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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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으로 증명된 '생체 시계'…야간 근무자 건강 문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파예 플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파예 플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매년 찾아오는 노벨상 시상 기간에 우리는 과학자들의 공로를 기념한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생체 시계의 작동 원리를 밝혀낸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낮과 밤의 하루 주기에 따라 몸의 변화를 조절하는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의 유전자를 밝혀낸 공로다. 연구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했지만, 그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수면(睡眠)은 가장 보편적인 동물 행동 중 하나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생물학자인 시모어 벤저 박사는 1970년대에 유전자가 초파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보통 초파리는 밤에 잠깐 눈을 붙이고 낮잠을 잔다. 그러나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초파리는 29시간 주기로 잠을 자는 등 수면 시간이 불규칙적이었다.

벤저 박사는 수면 장애가 있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어떤 유전자가 변형됐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X 염색체의 PER(주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PER에 변이가 생긴 사람 중에는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전진성 수면 증후군(advanced sleep phase syndrome)'을 겪는 경우가 있다.

올해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3명의 과학자는 PER을 찾아내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그렇다면 PER은 어떻게 작동할까. 생체리듬을 연구하는 패트릭 에머리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PER이 특정 규칙에 따라 단백질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단백질 생산 주기는 24시간인데, 일과 중 생산량이 임계치까지 올라가면 자체 생산이 저해되면서 단백질이 줄어든다. 초파리나 사람을 계속 밝은 곳이나 어두운 곳에 두면, 몸이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낮-밤 주기에서 벗어난다. 이 과정은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원(timeless)'이라는 유전자 겸 단백질이 PER 단백질과 결합, 햇빛에 노출된 세포가 분해되면서 신체 시계가 재설정된다.

수면 장애는 신체리듬 유전자 변형 때문

생체 시계는 왜 단순히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작동하도록 진화했을까. 신체 시계는 몸이 외부 환경에 반응하기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는 신체가 미리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잠들기 전에는 수면을 취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시계에 의해 제어되는 것은 수면뿐 아니라 신진대사, 체온, 호르몬 분비, 간 기능도 포함된다. 에머리 박사는 유전자의 절반이 생체 시계와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체 시계와 연결된 유전자는 특정 시점에 몸 전체에서 활성화된다. 에머리 박사는 "활동을 하려면 몸 전체가 동기화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체에서도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약물 복용 시간에 따라 일부 약의 효능이 저해되거나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식사 시간이 비만·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단서도 제기되고 있다. 야간 근무 등 불규칙적인 업무 시간이 대사 장애나 우울증, 암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수차례 나왔다. 그러나 사회는 간호사나 경호원, 소방관처럼 밤에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노벨상 수상이 야간 근무자들이 처한 위험과 이들의 건강 개선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불어 우리 몸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변하는 환상적인 기계라는 점에도 경의를 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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