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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금융때문에 中 부채 터질라 vs. 美 금리 올려도 대응할 시간 충분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 | 리하이타오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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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20 15:53 수정 : 2017.10.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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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Debate]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
부채 과하다

중국의 부채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출이 주요 자산인 은행들의 자산이 급증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은행권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 규모는 2012년 말 240%에서 최근 310%로 급증했다. 중국 부채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성장의 중심축이 수출·투자에서 내수·소비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채 문제는 규모·복잡성·속도 측면에서 위험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권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위험도 더 커지고 있다. 특히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는 비(非)금융권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중국 내 중소형 금융회사들의 단기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자금 흐름이 불투명해지고, 경제 주체의 자금 조달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 규모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중국 경제가 갑작스러운 조정을 겪을 때 이에 대응할 재정 여력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갑작스러운 조정이란 예를 들어 은행 간 단기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거나, 주요 교역 상대국의 무역 장벽으로 인해 수출이 급감해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으로 해외 자본이 예상보다 빨리 빠져나가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출 규제 강도 높여야

중국 정부는 최근 은행권의 대출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우선, 중국 은행권의 그림자 금융 대출을 억제하고 있고, 은행 간 시장의 대출 규모도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유도 중이다. 현재 은행권 수익의 상당 부분이 그림자 금융 상품 판매에 따른 것이라 이러한 조치는 은행권의 수익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 부실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판단한다.

중국 정부가 부채 증가에 따른 취약성을 보완하려면 대출 규제의 강도와 속도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은행권 대출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더 많은 개혁 조치를 내놔야 한다. 예를 들어 공기업 개혁을 통해 자금 중개와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더 과감한 정리 조치가 필요하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금융회사는 배당 규모를 줄여 자본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 스스로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매우 고요한 편이라 모두가 자아도취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금융 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과잉이 심해질수록 위기가 발생하면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다.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 둔화는 무역 감소, 원자재 가격 급락, 체감 경기 악화 등 여러 경로로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기 팽창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국 정부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리하이타오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재
리하이타오 장강경영대학원 부총재
부채 과하지 않다

중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막대한 부채가 금융 위기를 촉발할 뇌관이라고 지적한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중국의 부채 규모를 문제 삼아 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서구권 경제학자와 금융기관의 우려처럼 중국의 부채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중국 부채의 대다수는 대외 부채가 아닌 국내 빚이다. 이 중 상당수가 기업이 미래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이다. 둘째, 중국 정부는 자본의 이동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정부가 미국·일본처럼 급격한 자산 가격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국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성장 여력을 갖고 있다.

내수 부양만으로 수십년은 더 성장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초반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억측도 내놓는다. 과거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어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당시 일본과 경제 환경이 매우 다르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달러 안팎으로, 당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일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바꿔 말해 일본과 달리 중국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다. 많은 사람이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내수 경기 부양만으로도 수십 년은 더 성장할 수 있다. 최근 모바일 기술 발달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등 창업 열풍이 뜨겁다는 점도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긍정적이다. 19차 전당 대회 이후에 더 많은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 금융시장에 패닉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있어 중국 중앙은행이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고, 달러 강세도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부채 문제 등 내부의 약한 고리를 방관하고 있지만은 않다. 중국 정부는 이미 약 2년 전부터 철강·조선 등 중공업의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려 인수·합병(M&A)을 통한 업계 재편과 단계적 생산 감축을 유도 중이다. 올해 4월부터는 은행권 대출을 줄이는 한편, 부실 대출을 줄이기 위해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을 늘리려 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부채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다. 최소한 5년은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악성 부채는 출자 전환 등 구조조정을 거칠 것이고, 일부 부실기업은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파산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질서 정연하게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하면 고통 역시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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