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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비즈 2017] 스티글리츠 "창업 혁신·탄탄한 중산층으로 국가 성장 이뤄야"

윤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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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12 11:29 수정 : 2017.10.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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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2일 ‘위클리비즈 글로벌 콘퍼런스 2017’ 기조강연에서 “한국은 혁신과 평등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이미지 크게보기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2일 ‘위클리비즈 글로벌 콘퍼런스 2017’ 기조강연에서 “한국은 혁신과 평등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고성장했지만 아직 성장할 기회가 남아 있다. 지금 한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미국 모델을 따르면 경제 성장의 고른 분배 대신 불평등 심화라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위클리비즈 글로벌 콘퍼런스 2017’ 기조강연에서 “한국은 현재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므로 앞으로도 성장할 기회가 충분하다”며 “국민 교육 수준이 높아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지식산업으로의 경제 전환기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한국, 대기업이 신생 기업 성장 막는 美 모델 본받지 말라”

스티글리츠 교수는 "소득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단순히 국민 소득 성장에만 집중하지 말고 신규 기업 창업을 통한 혁신, 청년 창업을 통한 혁신도 함께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정 경쟁의 장(場)'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혁신 경제를 건설하려면 대규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대기업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중소기업이 모두 필요한데,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제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특히 “혁신 기업 창업과 관련해 미국의 사례를 본받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창업국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신생 기업이 성공하기만 하면 대기업이 흡수하는 바람에 신규 기업의 탄생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국 역시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정책 어젠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탄탄한 중산층 소득 증대로 국가 성장 이끌어야"
"'지금은 탄탄한 중산층의 소득 증대가 중심이 되는 '트리클 업(trickle-up)'으로 국가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시대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 이 목표를 위해 달려들어야 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60여년 동안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과거의 눈 먼 이론에 사로잡혀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세계 경제는 저성장과 저임금, 불평등 심화라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30년 동안 세계 경제의 GDP는 증가했지만 모든 성장의 혜택은 소득 수준 상위 1%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며 "시장 경제는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의 전체 파이는 늘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배분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의미다.

불평등이 심화된 가장 큰 이유로는 기업들의 기형적인 '지대 추구 행위'를 들었다. 근로자의 생산성이 늘어났지만 실제 노동에 대한 소득은 늘지 않고 기업의 영향력만 커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등 공공재에 가까운 기술을 활용해 급성장한 기술기업들이 정당한 세금을 피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혁신 시대라고 하지만 혁신을 통해 얻은 이득이 미래를 위한 투자로 돌아가지 않고 상위 1%의 소득으로만 축적되고 있다"면서 "현재 상장 기업의 주식가치 가운데 80%는 지대 추구에 관련된 값"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년 전 경제학 교과서에서 통하던 경쟁 이론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중산층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트리클 업'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성장과 혁신을 진작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이 혁신과 평등을 함께 추구하면서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성장을 견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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