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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왜 미디어기업 규제에서 자유로운가

레오니트 버시스키 러 일간지 베도모스티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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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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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페이스북·아마존·구글 '플랫폼 기업' 포장 아래 규제·세금 비켜가
전통기업으로 분류해야 건전한 경쟁 가능해져


레오니트 버시스키 러 일간지 베도모스티 전 편집장
레오니트 버시스키 러 일간지 베도모스티 전 편집장
미국 성인의 45%는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읽고, 구글의 미국 검색 시장 점유율은 86%에 육박한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소매 판매 43%는 아마존에서 이뤄졌다. 그러니 러시아가 페이스북 광고를 활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나 아마존이 식료품 업체 홀푸드마켓 인수를 발표했을 때 미국인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정치 권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대표 혁신 기업들이 사악한 대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페이스북·구글·아마존을 쪼개거나, 이들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없도록 기업 인수·합병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온라인 장터)을 수도나 전기 같은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독점 금지법'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건드릴 뿐,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는 주요 IT 기업이 지난 수년간 핵심 사업을 다른 모습으로 포장해왔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강력한 유통망을 보유한 거대한 유통 기업이다. 광고가 주요 수입원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지 않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 미디어 기업과 같다. 우버는 택시 기업이고 에어비앤비는 숙박 기업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신들이 종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라고 규제 당국을 성공적으로 설득했다. IT 기업들은 혁신을 명분으로 전통적 기업들이 적용받는 규제를 피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유럽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도 조세 구멍을 이용한 탈세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낸 전통 기업들은 플랫폼 기업만큼 혁신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불리하다.

페이스북을 미디어 기업으로 정의하면, 페이스북에서 생산되는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익명으로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우버에 택시 업계가 따르는 운송 규제를 적용하거나 에어비앤비에 호텔 규제를 적용하면 건전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아주 늦지는 않았다. 이제라도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을 재정의해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하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미디어와 유통, 운송, 숙박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독점 플랫폼'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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