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인구 줄어드는 일본의 유일한 해법… 개방

미키타니 히로시 日 라쿠텐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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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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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Policy]


미키타니 히로시 日 라쿠텐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 日 라쿠텐 창업자
도쿄에 본사를 둔 많은 기업은 인적(人的) 다양성이 부족하다. 20년 전 필자가 창업했을 당시 라쿠텐도 다른 일본 기업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창업 초기, 직원 대다수가 성인 남자였다. 그러나 지금의 라쿠텐은 1만명 넘는 직원 중 40%가 여성이다. 70국 이상의 나라에서 모인 인재들이 세계 최대 온라인 장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성공의 원동력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라쿠텐은 여느 일본 기업과 비슷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필자는 성장을 위해 사내 공용어를 영어로 바꿨다. 직원 모두가 2년 안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목표였다.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확보에 필수적인 작업이라 생각했다. 당시 영어가 능숙한 직원은 전체 직원의 10%에 불과했다. 일부에선 나보고 '미쳤다'며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일본 기업이 우리에게 조언을 구한다. 문을 열어젖힌 것은 우리에게 '게임 체인저'였다.

일본이 모범 사례로 본받으려는 미국 기업의 강점은 역시 외부인에게 열려 있는 문화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다양성과 역동성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다. 라쿠텐은 실리콘밸리 지역의 매력에 이끌려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 미국 법인을 세웠다. 라쿠텐은 앞으로도 미국 법인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는 트럼프의 행보와 정반대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의 반사 효과로 최근 일본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많은 인재가 일본으로 몰리고 있고, 이러한 현상을 기회로 살려야 할 필요도 있다.

라쿠텐, 70국 다국적군으로 구성

일본은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총인구는 약 1억2500만명으로 6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성장 동력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해외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개방을 반대하는 세력도 작지 않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외국인을 사회 불안정과 위협의 근원으로 여겼다. 일본어로 외국인을 뜻하는 '가이진(外人)'은 '바깥'과 '사람'의 합성어다. 비(非)일본인은 진정으로 일본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럼에도 변화의 조짐도 조금씩 나타난다. 지난해 일본에 온 외국인 거주자는 총 1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0%나 늘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240만명으로 지난 5년간 50만명 가까이 늘었다.

통계 수치만 보면 인상적일 수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려면 더 많은 해외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인재가 영주권을 받는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해외 인재의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종류의 비자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재라면 세제 혜택도 줘야 한다. 또한 외국계 스타트업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창업 초기 손실분은 나중에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라쿠텐을 창업했던 것은 일본 국내 소매상이 인터넷을 활용해 번성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지금 라쿠텐은 해외 진출이 최대 과제다. 최근 채용한 엔지니어의 80%가 외국인이었다. 일본 사회는 미국의 옛 매뉴얼을 펼쳐봐야 한다. 이민과 통합에 미래가 있다. 일본 기업은 라쿠텐의 행보를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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