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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MS·아마존의 이상한 특허, 창업 생태계 망친다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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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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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대기업 특허, 혁신 없이 스타트업 성장 막아
특허 규제한 美 일부 州 중소기업 고용 늘더라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미국 시트콤 '실리콘밸리'에는 한 변호사가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찾아가 '특허를 침해했으니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빼앗으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특허 기술의 세부 내용은 잘 모르면서도, 재판까지 가면 자금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들을 몰아붙인다.

최근 이언 애펠 보스턴칼리지 교수가 동료 학자들과 발표한 논문을 보면 시트콤 속 이야기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특허 침해 소송은 2000년 이후 10배가량 증가했다. 보유 특허를 제품 생산에 사용하지 않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돈을 버는 특허 전문 회사, 이른바 '특허 괴물'이 소송 증가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스타트업 발목 잡는 특허 열풍

특허 괴물은 주로 작은 기업을 겨냥한다. 협박을 받은 회사들은 대개 법정까지 가지 않고 돈을 내놓는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사업 비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의 엔진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창업 회사 수가 줄고 있다. 전체 기업에서 스타트업 비중도 줄었다. 이러한 추세에 특허 괴물이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일부 주(州)는 특허 괴물의 요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 중소기업 보호에 나섰다. 이런 법을 도입한 주에서는 중소 기술 기업의 고용이 늘고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회사 수도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특허 괴물을 규제하는 법이 의도대로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특허 침해 주장이다. 애플이 보유한 특허 중에는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것이 여럿이다. 애플은 2012년 직사각형 전자 기기 모서리를 둥글게 만드는 것을 특허로 냈는데, 이는 대단한 기술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애플은 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매장 안의 유리 계단, 기기 운영체제의 아이콘 모양 등에 대해서도 특허를 받았다. 다른 대기업들도 애플 못지않게 생뚱맞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뒤에 흰 배경을 두고 제품 사진을 찍는 방식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IBM은 올 초 '사무실 부재 중'이란 이메일 알림 시스템으로 특허를 받았는데, 이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기법이다.


현행 특허 법률에 불합리한 특허로부터 기업을 보호해주는 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불확실한 면이 많다. 대기업이 단지 더 많은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달러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작은 스타트업은 낄 수도 없는 게임이다.

디자인 특허와 소프트웨어 특허 증가로 대기업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범위도 커졌다. 1980년 이후 디자인 특허 건수는 6배 이상 늘었는데, 경제 규모 증가는 3배 미만이다. 최근 몇 년간 생산성 향상도 둔화됐다. 특허에 대한 집착이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지식재산권은 혁신을 장려하는 단계를 지났다. 미국 창업 생태계가 역동성을 띠려면 지식재산권 개혁이 필요하다. 법원과 의회 모두 특허 열풍을 억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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