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검색 쇼핑' 시대, 선택 받으려면 가성비 높여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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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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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Marketing]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란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구매할지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으로 서비스 마케팅 분야 용어이다. 진실의 순간 1번은 판매대에서 A 제품을 구매할지 B 제품을 구매할지 선택하는 순간을 말한다. 진실의 순간 2번은 제품 구매 후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면서 만족 또는 불만족을 경험하는 순간을 말한다. 최근까지는 대체로 이 두 진실의 순간을 통해 재구매 여부가 결정되곤 했다.

그러나 '쿠팡'이나 '야놀자' 등과 같은 모바일 앱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두 진실의 순간보다 더 강력한 진실의 순간이 만들어졌다. 모바일 쇼핑에서는 특정 제품에 대한 검색 단계에서 더 강력한 3번 진실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시점이 구매 고려 시작점이기 때문에 제로를 앞에 붙여서 '제로-진실의 순간(Zero MOT)' 또는 '지모트(Z-MOT)'라고 부른다.

모바일 쇼핑의 시대를 맞아 쇼핑의 개념이 완전히 새로 정의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서 판매원과 대면 접촉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던 방식이 올드 노멀(old normal)이라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검색하는 스마트 쇼핑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쇼핑은 검색 활동이며 제품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진실의 순간은 이 검색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절대 가치'의 저자이자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이타마르 시몬슨(Simonson)은 이제 성장 시대 오프라인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절대 가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성장이 기본인 올드 노멀 시대에 통했던 마케팅 전략은 그 효과가 급격히 줄면서 표준화된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종전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해왔고,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는 정보를 받아들였다. 제품 품질을 측정하는 척도는 브랜드, 가격, 원산지, 유통업체 명성이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지표의 유효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최고의 가성비가 최고 마케팅

예컨대 브랜드 충성도는 그 유효성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3박 4일 일정으로 남해안 여행을 간다고 가정하자. 'T맵'으로 최적 경로를 찾아서 운전하고 다니며, 방문지 인근에서 '야놀자' 앱에 접속해 가격 대비 만족도(일명 가성비) 높은 호텔과 리조트, 맛집을 선택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검색 활동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다.

고객 충성도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마케터의 역할을 변경해야 한다. 소비자 커뮤니티 관리와 스토리 유통이 새로운 역할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끼리 소통하면서 자신들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가성비를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한 척도로 삼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화려한 광고와 브랜딩보다는 최강 가성비를 구현하는 브랜드가 스마트 소비 시장에서는 새로운 패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소비자들과 기업 마케터들 간의 정보 비대칭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 역시 사라졌고, 소비자들 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쇼핑의 핵심 개념도 '검색'과 '공유'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드 노멀인 광고에 매달리거나 고객 충성도에 올인하는 마케팅을 고집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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