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유통 공룡 아마존에 맞선 독일 중견기업의 힘

레오니드 버시스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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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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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Outlook]
[WEEKLY BIZ Column]


레오니드 버시스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버시스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독일의 신발 업체 버켄스탁(Birkenstock)은 지난달 미국 온라인 유통 기업인 아마존에 납품 중단을 통보했다. 데이빗 카한(Kahan) 버켄스탁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협력 유통업체에 아마존에 물건을 공급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이메일도 돌렸다.

버켄스탁은 아마존의 온라인 장터에 가짜 제품이 너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것이다. 아마존에서 버켄스탁의 가짜 제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5달러짜리 싸구려 짝퉁 버켄스탁은 중국 온라인 유통 기업인 알리바바에 더 많다. 독일 중견기업이 미국의 유통 공룡에 도전장을 내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 우량 기업의 자존심 때문이다.

1774년 문을 연 버켄스탁은 수백년간 한 가문이 경영권을 쥐고 있었던 오너 기업이었다. 그러나 실적 감소로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자, 2013년 외부인을 전격적으로 경영에 참여시켰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그 기간 직원 수도 2000명에서 3800명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주문량을 맞추기 바쁘다. 수백년 역사의 장수 회사가 턴어라운드에 성공, 굳이 아마존에 구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선 버켄스탁이 고(故) 스티브 잡스가 신었던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잡스가 생전에 신었던 샌들은 경매에서 3000달러에 팔렸다).

버켄스탁의 대응은 자사 제품의 시장 지위가 아마존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해 주고, 오프라인 가맹점들에게 충성심을 심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버켄스탁이 이렇게 당당하게 아마존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주력 제품을 '일상 용품'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명품'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버켄스탁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는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아머 역시 올해 1분기에 자체 온라인 사이트와 전통 오프라인 상점 매출을 1년 전보다 13% 늘렸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버켄스탁의 행보가 너무 호전적이라고 지적한다. 버켄스탁의 미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아마존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다른 유통 기업이 어떻게 해서든 아마존에 버켄스탁의 샌들〈사진〉을 올려 놓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이를 살 것이란 전망도 많다. 아마존이 구축해 놓은 미묘한 독점 생태계와 버켄스탁과 같은 고급 브랜드들의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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