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부자들이 부추기는 집값 상승, 양극화 사회의 위험 신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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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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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Outlook]
[WEEKLY BIZ Column]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미국 컨설팅 업체 데모그라피아는 매년 9개국 400여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해 '주택 마련 가능성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다. 각 도시 거주자의 연평균 소득에 비해 평균 집값이 몇 배인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올해 초 발표를 보면 홍콩의 평균 주택 가격은 연평균 소득의 18.1배다. 호주 시드니(12.2배), 캐나다 밴쿠버(11.8배), 미국 실리콘밸리(9.6배)도 격차가 심하다.

모든 도시가 이렇지는 않다. 미국 뉴욕은 5.7배, 싱가포르는 4.8배, 일본 도쿄는 4.7배였다. 이 조사 결과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전 세계 도시 간에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왜 일부 도시의 집값만 유독 뛰는 걸까. 주택의 추가 건설을 막는 여러 장벽과 관련이 있다. 우선은 물리적인 장벽이다. 미국 MIT의 경제학자 앨버트 사이즈는 미국 주요 도시의 위성 정보를 활용한 연구에서 물에 둘러싸여 있거나 개발이 어려운 지형에 바짝 둘러싸인 곳일수록 주택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그러나 장벽은 대개 정치적인 것이다. 어떤 도시에든 서민용 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면 주택 구매 가능성은 전반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비싼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반발한다. 주택 공급이 자신들의 보유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저항이야말로 주택 시장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다. 각 지방정부들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설 계획을 주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주택 건설 반대자들을 19세기 초 기계를 파괴하던 섬유 노동자들인 러다이트와 비교하기도 했다.

집값 상승은 도시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많은 나라의 도시에서 집값 상승을 견디지 못한 토착민이 떠나고 있다. 평생을 그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떠나면 도시는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고 만다. 그저 고소득층이 우르르 몰려와 거주하고 계속해서 집값을 올리는 소수 집단 거주지가 될 뿐이다. 자연스럽게 가치가 오르는 도시의 발전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자산 가치만 따지는 고소득층이 다양한 소득 계층과의 공감을 거부하면서 올리는 도시의 집값은 소득 불균형과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그리고 결국은 소득 계층 간에 위험한 적대 의식이 자라는 토양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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