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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를 의사 혼자 고치나? 공학 없으면 혁신도 없어

헨리 페트로스키 듀크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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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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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Outlook]
[WEEKLY BIZ Column]


헨리 페트로스키 듀크대 토목공학과 교수
헨리 페트로스키 듀크대 토목공학과 교수
200년 전 산업혁명은 과학과 발명, 공학, 혁신, 기업가 정신이 합쳐진 일련의 활동이 주도했다. 공학은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의 디지털 혁명도 이와 비슷한 일련의 활동으로 무르익었으며, 특히 공학에 크게 의존했다.

의료 분야에서 이뤄진 새로운 발전은 의학은 물론, 공학의 업적이기도 하다.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 신체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시스템은 의사와 협력한 공학자가 만들어냈다. 이는 생물공학과 화학공학 관련 노하우 없이는 개발할 수 없다. 관절염과 알레르기 치료에 사용하는, 약효가 장시간에 걸쳐 작용할 수 있도록 서서히 약이 방출되는 지효성 의약품 같은 혁신은 공학자가 의약품 캡슐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실현해낼 수 있었다. 신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규모 의료 기기 개발 역시 공학이 의료 혁신에 기여한 대표 사례다.

과학은 이념, 공학은 현실

과학과 공학은 여러모로 다르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원리(原理)를 설명하는 하나의 통합 이론을 찾으려고 하는 반면, 공학자는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반만 해도 미국의 도로에 전기차가 더 많았다. 그러나 헨리 포드가 내연기관이 장착된 자동차를 양산하기 시작한 이후 석유 기반 자동차가 업계 표준이 됐다. 최근에는 여러 가능성 중 전기 차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가 업계 표준이 된다면 이는 효율적인 배터리를 개발하는 공학자 덕분일 것이다. 이에 더해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자리 잡으려면 다양한 차량에 달린 센서가 인식하는 수많은 교통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 역시 공학자들이 만들어낼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맞닥뜨릴 수 있는 많은 문제점에 대해 각기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특허화하는 것은 각 기업의 엔지니어팀 몫이다. 이들이 장비의 경제성과 효율성, 안전을 고려한 공학적 판단에 근거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엔지니어의 축복과 저주

공학은 또 필연적으로 사회 및 문화와 관련이 깊다. 다시 자동차를 예로 들자.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소프트웨어가 내리는 사소한 결정도 사회·문화적 영향을 깊이 받는다.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북적이는 인도(人道)로 돌진할 수밖에 없는 자율주행차는 과연 둘 중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아마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결정을 따를 것이다. 관련된 프로그램 코드를 개발하는 공학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윤리적 문제에도 깊이 관여해야 한다. 반면 과학자들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과학자들은 실험실과 사무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지, 우리가 사용하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지는 않는다.

공학자는 사고와 연구에만 몰두할 여유가 없다. 공학자가 제품을 만들면서 내리는 크고 작은 결정들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학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분야다. 좋은 공학은 세상이 돌아가는 법을 직접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공학자가 누리는 축복이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손에서 나온 결과물이 미칠 장기적· 단기적 효과를 감안한 결정을 끊임없이 내려야 한다는 점은 저주이기도 하다.

공학 지원 없이는 혁신 불가능

공학이 없다면 과학자들의 발견은 흥미로운 이론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 사실 공학자가 개발한 센서, 도구, 기계 없이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조차 하기 어렵다. 과학적 탐구와 호기심은 인간이 달에 착륙하거나 화성에 무인 탐사기를 보낼 동기를 마련한다. 하지만 이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로켓과 우주 항해 시스템을 만드는 순수 공학이다. 우주공학자이자 로켓 과학자인 시어도어 폰 카르만은 "과학은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고, 공학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과학에 가려진 공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공학 분야에서의 혁신을 도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과 단체, 기업, 정부는 연구·개발(R&D) 단계에서 공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과학 연구에 들이는 비용만큼 공학 관련 개발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특정 공학 관련 과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상금을 주거나 시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는 미군 산하 연구 단체가 무인 자동차 개발 대회를 주최,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민간 부문의 지속적 투자도 로켓 재활용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 재활용 로켓은 국제 우주정거장에 물건을 실어나르는 용도부터 우주 관광산업까지 많은 부문에 쓰일 수 있다. 이처럼 적절한 지원과 동기부여, 공학에 대한 사회의 인정이 뒷받침된다면 공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혁신은 무한하다.

◇ 헨리 페트로스키 듀크대 교수

- 1942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

- 일리노이대 이론·응용역학 석·박사

- 듀크대 토목공학과 및 역사학과 교수(1980년~  )

- ‘공학을 생각한다’ ‘실패한 디자인은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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